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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계탕 Sep 10. 2024

어느 서울대 법대 졸업생과의 대화

회식 중

그가 먼저 말했다.


“저는 서울대 학사가 2개고,

석사가 2개고,

박사가 2개예요”


“머리가 엄청 좋으시네요”


“아니요,

머리가 진짜 좋은 친구들은 학교가 품지 못하죠.

걔네들은 학교 밖에 있어요”


“아.. 맞는 말 같네요, 서울대에선 뭘 가르치나요?”


“저는 서양사학과를 나왔는데요.

1학년 땐 영어를,

2학년 땐 불어를,

3학년 땐 독어를.

4학년 땐 라틴어만 가르치더라고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이 책 원서가 라틴어로 되어 있는데,

이거를 독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1년

그걸 다시 라틴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1년 했습니다“


“아...”


거기서 뭘 얻어냈나요? 라는 질문을 채 마치지 못한 채 그를 둘러싼 다른 이들의 ‘서울대는 아니지만‘ 학벌 자랑에 시간을 베어주었다.


자 그럼 다시.


그는 뭘 얻어냈을까?


그는, 나와 무엇이 다른 걸까?


그와 내 인생이 다른 이유

정확히는

나는 그에게 감탄사와 질문을 남발하고

그는 덤덤히 대답만 하는 이 관계 구도는

어디서부터 기인한 걸까?

무엇이 그의 인생과 내 인생을 다르게 만든 걸까?


그는 나와 대화하며 어떤 걸 느꼈을까?


 그의 말엔 힘이 있고

내 말엔 힘이 없나?


이 관계의 역전은

어떻게 일으킬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실행해야

이 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는가?


이 대화로

내가 얻어내고자 하는 답은

무엇인가.


나는, 그만큼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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