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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즈니스 캐주얼 Mar 12. 2021

달리기 찬양론과 무라카미 하루키

책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 제목: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임홍빈 옮김)

- 발매: 2009.01.25

- 출판: 문학사상


1.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공감 가는 문구들에 밑줄도 쳐가면서요. 제목처럼 달리기를 하면서 그가 느낀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에세이입니다. 아래 서문에 나와있듯, ‘달리기에 관한 자유로운 문장’이란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한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2. 달리기에 관한 자유로운 문장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기 애호가로 유명합니다. 비록 저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 나와 같은 취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위안이 됩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 가는 문장들이 많고요. 



아래는 '달리기'나 '소설'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글이라 몇 가지 발췌해 놓습니다. 

3. 계속할 리듬을 위하여 노력을 절약한다

 

변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달리기를 할 때, 한 번에 힘을 많이 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좀 설렁설렁 뜁니다. 실제로 달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적게 달리고요. 그런데 가끔은 무리하지 않게 한다는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 아닐까 하고 스스로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하루키의 글을 보며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 지금 당장은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18-19p


혹자는 '노력을 절약한다'라고도 표현하더군요. 꼭 달리기뿐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해야 하는 것들은 지속 가능한 루틴으로 만드는데 주의를 기울인다는 노하우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같은 요령이다. 더 쓸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히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계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19p

4. 달리기는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성격에게 적합하다.


하루키의 mbti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성향,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게임에 몰입할 수 없는 성격은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저도 더 관심이 쏠리는 편입니다. 그런 성격에게 달리기는 잘 맞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천성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별로 고통스럽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그에게 달리기는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는 작업입니다. 


5.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거든요. 이따금씩 무작위의 생각들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에게 달리기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되는, '공백'을 획득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 좋았던 문구들도 발췌해 놓자면


"...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것밖에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이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나사못 하나하나를 견고하게 조인다는 마음..."


"일기는 잘 못 쓰지만, 달리기 일지만큼은 글로 정리한다는 것의 의미는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그 시절 자신의 심정을 기억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88-89p



자주 달리진 못 하지만, 취미 질문을 받으면, 보통 '달리기'라고 대답합니다.  운동 효과도 좋지만, 생각이 복잡할 때 5km만 뛰고 와도 잡념이 많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책에서도 하루키가 이야기했듯, 저에게 달리기는 #명상 이 되기도 합니다.  



장거리 달리기는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해야만 합니다. 걷기나 뛰기나 같은 동작을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면 되는 몸 안에 들어있는 노폐물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쓸데없는 생각이 땀과 열기와 함께 몸에서 배출돼버리는 것 같습니다. 


6. 1995년 4월, 터프츠 대학의 트랙에서 달리는 무라카미 하루키


비록 어떤 사람들은 달리기가 무릎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운동이라고 우려를 나타내지만, 그러한 위험성을 유념하고 최대한 조심하면서라도 꾸준히 달리기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재밌어서 영문판도 구했는데요. 아직 앞부분 밖에 읽지 못했습니다만, 한글판과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직 100% 완독 하진 못 했지만 완독을 한 후에는 그에 대한 소감도 따로 포스팅으로 남길 생각입니다. 



원래는 짜임새 있게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읽은 지 시간이 꽤 오래 흘러서 읽었을 당시에 제가 느꼈던 감정과 배운 생각들이 지금은 많이 옅어지고 희미해졌네요. 그래서 글은 생각이 났을 때 바로 적어야 하나 봅니다. 시간을 두고 찬찬히 보면서 읽은 소감에 대한 내용을 좀 더 풍성하게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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