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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Feb 14. 2024

생각만 하다가 시간 다 보내다

어느 아티스트의 일기

이런 그림 그려볼까?

인터넷 검색하며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저장하고 또 다른 이미지 찾아 인터넷을 서핑하고 그러나 정작 다운로드한 그 많은 이미지를 제대로 그려본 적이 없다. 

모처럼 한 이미지를 골라 조금 따라 그려본다. 유화 작품을 색연필로 슬쩍 따라 그려본다.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유화로 그것도 여러 번 두텁게 올라간 그림을 흐린 색연필로 슬슬, 그것도 정확한 스케치 없이 슬슬 대충 그려보고는 원작품과 다름에 실망하거나, 때로는 건방지게 '이 작품 그려보니 별로네.' 한다. 이렇게 계속 시간을 보낼 것인가. 


어제 제주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분이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올렸다. 검은색을 칠한 패널에 사선으로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스프레이로 색조를 만들고 마스킹 테이프 떼어낸 자리에 글씨로 문장을 적어 넣는데, 검은 선에 글씨를 넣을지, 실버톤에 글씨를 넣을지, 그 안에 들어갈 글의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라고 했다.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조형'이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나는 '조형'에 대해 치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하다. 인스타그램 작은 릴스 한 편에서도 이렇게 귀한 배움을 얻는다. 


요즘 내 작업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대학원에서는 수업에서 요구하는 것만 따라가도 저절로 계획이 세워지고 분량이 채워졌는데, 이제 그 모든 걸 내가 혼자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다시 장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럴 땐 책을 들고 스벅에 가서 몇 시간을 보내고 온다. 주로 인문학책, 예술 관련 책이다. 어제도 스벅에 가서 미술 에세이를 한 권 읽고 왔다. 그리고 새벽에 꿈을 꾸었다. 


무슨 국경일 같은 날이었다.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은 아트 센터였는데, 가는 길에 서울 역사박물관 같은 곳을 지나쳤다. 운 좋게 주차할 자리를 찾았다. 좋은 프로그램이 많았다. 그리고 그 옆에 아트 센터로 갔다. 거기서 무슨 사건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것은 기억나지 않고, 옆에 작은 창작실에서 작가 선생님이 창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밀도 있는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작업이 내가 하고 싶던 것이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내가 그동안 해온 작업을 보여드렸다. 그러자 내 작업에 관심을 보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께 배우고 싶다고 하자 수강료가 얼마이며, 이 작업에 집중하려면 한동안은 공모전이나 전시 등에 참여하는 것으로 배우는 일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도 하셨다. 


그러나 이 모든 건 꿈이었다. 꿈인데 너무나 구체적이다. 뭔가 현재 내 작업의 세계의 틀을 벗어나고픈 강한 욕구가 꿈으로 표현된 듯하다. 무얼 그릴까보다 어떻게 그릴까. 그리고 그것을 직접 그려보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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