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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Mar 06. 2024

기록과 SNS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습관이었을까. 어렸을 적 일기장을 꽤 오랫동안 모아두었다.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된 시골집에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첫사랑이 무선 백지에 잉크를 적셔가며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시와 편지를 적어 보낸 편지를 가차 없이 태워버린 엄마가 그건 남겨두셨을지..


디지털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가 나오기 전 아이들 사진을 찍어 사진관에서 일일이 현상하고 인화했다. 한 장소에서 한 포즈로도 여러 번 찍어내던 남편 덕에 비슷한 사진이 많았는데, 버리기도 애매하고 해서 생각한 게 아이들 앨범을 각각 만드는 것이었다. 사진관에서 가져온 수십 장의 사진을 아이들 잠든 시간에 거실 바닥에 펼쳐놓고, 큰 애 앨범, 둘째 앨범. 셋째 앨범, 그리고 우리 부부 앨범 총 네 권의 앨범을 꺼내 하나하나 정리하고 글을 써넣었다.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어렸을 적 사진, 가족사진 가져오라고 하면, 각자 자기 앨범에서 하나씩 찾아가곤 했다. 사실 정리 보관하는 것보다 그것을 자주 들여다보는 게 더 추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데, 자신의 앨범을 갖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자기 앨범을 더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 커서 결혼할 때 하나씩 선물로 보내주려 한다. 


이후 싸이월드가 등장했다. 아이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 이때는 핸드폰 사진이 꽤 발달한 때였다. 사진을 매번 인화하지 않고, 그대로 저장하다 보면 여기저기 흩어져 사라지기 쉬운데, 싸이월드가 있어서 사진과 간단한 글을 주제 있게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싸이월드가 폐쇄되어 버렸다. 아이들과 필리핀에서 세 달 머문 추억의 사진은 고스란히 싸이월드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너무 무책임하다. 싸이월드. 이후로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것을 불신하게 되었다. 그럴 바에야 한글 파일을 사용하자며 한글 문서를 사용하는데, 영 재미가 없긴 하다. 


싸이월드가 사라지기 전 트위터를 사용했다. 400자였나? 꽤 짧은 글 안에 핵심적인 것만 간추려 담아야 하는 것이 은근 매력적이었다. 실시간 소식도 짧은 메시지만큼 속도감 있게 전달되었던 거 같다. 특히 모 정치인을 응원하는데 한몫했고, 정치인들 간에 어떤 공방들이 오가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너무 과열된 감이 있어 사용을 줄이고 있던 차에 페이스 북이 등장했다. 


이렇게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갈아타다 보니, 대중의 취향도 변하기도 하면서, 사람들 성향 따라 애용하는 sns도 다양해졌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이곳 브런치,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밴드, 여기에 요즘은 notion도 등장하고, 여러 가지 ai 기반 chatGPT와 같은 것들이 있으니... 이걸 모두 sns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반으로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어 참 혼란스럽다. 


페이스북으로 갈아타면서 처음에는 글을 길게 썼었다. 나중에는 나의 긴 글도, 다른 사람의 긴 글에도 지쳐갔다. 이후에는 사진 한 장과 아주 짧은 메모를 남겼다. 페이스북에 좋은 점은 매년 같은 날, 그 날짜의 이전 추억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었다. 잊어버린 추억과 잃어버린 사진을 그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작가들이라면 해야 한다고 해서 했는데..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차와 고양이에 대한 글을 써봐야지 하다가 브런치를 발견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어떤 때는 비슷비슷한 일상의 글들도 많이 만나지만, 정말 다양한 시선과 생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사진에 '내가 왜 페이스북에서 긴 글에 실증을 느꼈을까?' 의아해지기도 한다. 차에 대한 글을 써나가는데, 내 지식의 밑천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발견했다. 공부하고 이미지를 찾고 스스로 찍고 정리하는데 여간 수고가 따르는 게 아니다. 그 일들을 잘 해나가는 수많은 고수들에게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든다. 요즘은 브런치와 티스토리를 주로 사용한다. 공개하는 글은 브런치에, 작가 노트는 티스토리에 비공개로 정리한다. 참 에버노트도 있다. 에버노트는 페이지 형식을 너무 자주 바꾸어 짜증이 났다. 간만에 글을 쓰러 들어가면 어느새 형식이 바뀌어 있다. ㅠㅠ 나는 일관성이 유지되는걸 좋아하는 편이다. 


내 브런치 글을 지속적으로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또한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 또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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