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작은 원들의 춤(금박)'은 작은 원들의 춤 시리즈 중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순지가 아닌 장지를 사용했다. 순지는 닥 함유양이 많아 질기고 매끄러운 한지이고, 장지는 이런 순지의 두 겹, 세 겹 정도의 두께가 되는 한지이다. 패널에 노루지 붙이고 장지를 붙이고, 그 위에 아교포수와 호분 발림으로 바탕 작업을 하여 화면을 준비했다. 그간의 작업은 얇은 순지에 아교포수와 담채로 바탕색을 칠하는 것으로 화면을 준비한 것에 비하면, 많이 두터워진 작업 환경이다.
이번에는 금박을 사용하고 싶었다. 일단 금박을 주문했다. 알루미늄에 얇게 도금처리한 모조 금박이다. 진짜 금박은 10 x 10cm 크기 담배 은박지 만한 얇은 것이 3만 원~5만 원 정도 하니 사용할 수 없다. 금박을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 흘려들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해볼 참이다. 금박은 대나무 하얀 속껍질보다 더 얇아 손이 가까이 가는 순간 바로 들러붙어 수세미로 밀어야 간신히 제거된다. 그래서 얇은 노루지 같은 흰 종이로 한 장 한 장 금박의 양면이 덮여 있다. 양면의 흰 종이로 감싼 채 금박을 집어 붙일 곳으로 이동한다. 아래 흰 종이를 빼면서 금박 접착제 바른 위에 붙이고, 위 흰 종이로 살살 문질러서 고정시킨다. 이때 조금이라도 세게 문지르거나 문지르는 방향이 엉키면 접착제 위에서 미끄러진 금박이 찢어지고 떨어지고, 자기들끼리 뒤엉킨다.
금박은 아교로 붙인다고 들었는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아교로는 접착력이 약했다. 쿠팡을 샅샅이 뒤져서 금박 붙이는 접착제를 샀다. 금박 붙일 자리에 아크릴 납작붓으로 접착제를 바른다. 접착제 양이 너무 많으면 그 위에서 금박이 떠다니고 미끄러진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붙이고자 하는 것보다 넓게 적당량의 접착제를 펴 바른다. 금박을 가져다가 접착제 바른 종이 위에 조심스레 문질러 붙이고는 마를 때까지 다시 건드리면 안 된다. 만족스럽지 않아도 다시 손대면 안 된다. 수정하고 싶으면 다 마른 후에 그 위에 다시 붙이든 해야 된다. 사실 이 방법은 내가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이다. 내 작업에선 가장자리 선이나 모양,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대개 불교에서 탱화를 그릴 때 금박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니 제대로 금박 사용법을 배우려면 탱화를 가르치는데서 배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