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차가 좋은 차일까. 좋은 차는 누구나 알 수 있다. 각각의 향과 맛의 차이는 차치하고, 일반적으로 맑고 부드럽고 매끄럽고 단 맛이 감돈다. 그러나 좋은 차의 확연한 특징은 처음과 나중의 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좋지 않은 차는 처음의 좋은 향과 맛이 금방 사라진다. 또는 금방 떫어진다. 녹차, 보이차, 우롱차의 경우 작은 다관에 여러 번 우려내니, 먼저 우린 것과 나중 우린 것의 농도와 맛의 선명도가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맑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느낌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면, 질이 낮은 차나 변한 차는 처음부터 별로 일 수 있지만, 처음 맛과 나중 맛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나중 맛을 본 후 인상이 찡그려지거나 마시지 않는 게 나을 뻔하였다는 생각이 든다면 좋은 차가 아님이 분명하다. 좋은 차는 마시면 기분이 좋고 몸이 편안해진다. 목 넘김이 불편하게 여겨지면 자기에게 맞지 않는 차이거나 나쁜 차이다. 보이차는 '곰팡이 차' 혹은 '후발효 차'라고 불리는데, 혹 변질되고 상한 경우 그런 곰팡이는 간에 무리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버릴 첫 탕과 최고의 두 번째 탕
차는 건조 과정에서 아무래도 미세한 먼지가 앉을 수 있고, 또는 제조 과정에서 차끼리 부딪히면서 자체적으로 미세한 가루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차를 우리면 바닥에 여러 찌꺼기가 보인다. 물론 좋은 차일수록 깨끗하다. 아무튼 처음 우린 차 맛은 대개 깨끗하지 않다. 좋은 차는 첫 탕도 깨끗하다. 첫 탕을 살짝 맛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된다. 차의 표면에 있을지 모르는 불순물을 씻어내는 과정을 세차洗茶라 한다. 차의 불순물이 많은 경우는 세차와 첫 탕을 구분하여 우리지만, 불순물이 거의 없으면 세차를 생략하고 첫 탕부터 마셔도 된다. 그러나 처음 맛은 아직 덜 우러나오기가 대부분이고, 뒤로 갈수록 너무 진하거나, 또는 연해지기 때문에, 두 번째 우린 차 맛이 가장 좋다. 두 번째 우린 차는 아무나 대접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동양화 하는 사람들은 붓을 물에 담가 모가 촉촉하게 적셔졌을 때 비로소 먹물이나 물감을 묻혀 사용한다. 뜨거운 물로 처음 차를 우리는 것은 마른 붓을 촉촉이 적시는 그런 느낌이다. 이를 윤차潤茶라고 한다. 세차와 윤차는 의미 중심을 어디 두느냐에 따른 차이이다. 둘 다 차가 잘 우러나올 수 있게 하는 준비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관에 적당량의 찻잎을 넣고, 끓인 물을 반쯤 붓는다. 1, 2분 정도 지나면 건조 시 오그라들었던 찻잎이 수분을 머금으면서 기지개 켜듯 펴진다. 찻잎이 이완되었다 싶으면 그 물은 모두 버린다. 찻잎이 쏟아지지 않도록 한다. Kalita 주전자 검은 뚜껑은 이때 유용하다. 물은 빠져나가고 찻잎만 주전자 안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하나 가득 부어 우린다. 이렇게 우린 두 번째 차를 찻잔에 담고 경건한 마음으로 마셔보라. 나는 두 번째 우린 차를 대접 받을 수 있는 귀한 사람임을 멍심하면서. 차를 우리는 물로는 정수기 물보다 수돗물이 맛이 좋다. 수돗물은 미네랄 등을 여전히 함유하고 있어살아있는 물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우리는 차와 여러 번 우리는 차
홍차는 녹차, 백차, 우롱차와 달리 한 번에 우려 마신다. 그래서 차를 우리는 다관, 티팟 tea pot이 크다. 혼자 마실 때는 300~500cc, 여럿이 마실 때는 800cc~1000cc 정도가 적당하다. 녹차라면 여러 번 사용할 물을 홍차를 우릴 때는 한 번에 사용한다고 이해하면 좋다. 혼자 홍차를 마시고 싶을 때 나는 커피 드립 주전자, Kalita 유리 주전자 500cc를 사용한다. 홍차는 물이 뜨거운 게 좋다. 그러나 너무 오래 팔팔 끓이면 물속의 산소가 다 빠져나가니, 끓기 시작하면 바로 전원을 끄는 게 좋다. Kalita 드립 주전자에 홍차를 적당량(차스푼으로 두 스푼 정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이때 조용히 붓기 보다 찻잎이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키도록 시원하게 붓는다. 찻 잎이 여기저기 떠다니고 움직여야 차 맛이 좋다고 한다. 3분 정도 우린 후 짙은 붉은빛이 돌면 마신다. 홍차는 계속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며 마시는 게 좋다. 그래서 워머를 사용한다. 충분히 우러난 찻물을 찻잎과 함께 계속 두면 떫어질 수 있으므로 다른 티팟에 옮겨 워머에 올려놓고 천천히 마신다.
반면, 녹차, 보이차, 우롱차는 주먹만 한 작은 다관에서 여러 번 우려내어 마신다. 수돗물을 끓여 다관과 숙우, 찻잔에 부어 용기를 따뜻하게 예열한다. 숙우는 다관(찻주전자, 티팟)에서 우려낸 찻물이 너무 진해지기 전에 그리고 각자의 찻잔에 분배하기 전 그 중간 과정에 찻물을 담는 큰 사발 같은 용기이다. 다만 물이 잘 따라지도록 주둥이가 있다. 유리로 된 것도 있고 도자기로 된 것도 있다. 예열한 다관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절반이나, 2/3 정도 넣고 1분 정도 기다려 찻잎이 펼쳐지면 숙우로 옮긴다. 처음 우려낸 첫 탕의 맛을 본다. 괜찮으면 마셔도 되고 맛이 깨끗하지 않으면 퇴수기(큰 대접)에 버린다. 끓인 새 물을 넣어 본격적으로 우린다.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관의 찻물을 숙우에 옮긴다. 다관에서 찻물이 우러나도 위의 찻물과 아래 찻물의 농도가 현저히 다르므로, 찻잔에 따르기 전 반드시 숙우(공도배)로 옮겨 한 번 골고루 섞이도록 한다. 다관의 찻물을 숙우로 옮기면서 찻물이 고르게 섞이고, 또 한 숨 뜨거운 기운이 빠져나가 찻잔에 따를 때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된다. 여럿이 마실 때는 작은 다관에 물을 가득 부어 여럿이 마시기에 부족하지 않도록 하고, 혼자 마실 때는 2/3 정도씩만 부어 조금씩 우리는 게 좋다. 차는 술이 아니므로 찻잔에 따를 때 넘치도록 따르지 않고 2/3이나 절반 정도 부어 마시면 뜨겁지 않아 좋다. 또한 찻잔 바닥에 찌꺼기나 먼지가 가라앉을 수 있으니 잔을 비우려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시지 않아도 된다. 바닥에 남은 찻물은 퇴수기에 버려가며 마시면 좋다. 여러 번 우릴 때는 뒤로 갈수록 다관에서 우리는 시간을 길게 잡는다. 차를 우리는 방법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아보았다. 이후에는 차와 다구의 용도에 대해 좀더 상세히 다루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