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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Oct 15. 2023

3. 왜 마흔일까

인생노트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 얼굴에 책임질 나이로 왜 하필 마흔을 이야기할까? 20도 있고, 30도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런 궁금증이 발발했다. 왜 마흔일까?


얼굴, 2023, 수묵 by Moon Uzu



그날도 아들은 방에서 나오자, "엄마, 물" "새 컵에." "시원한 거, 얼음 넣어서." 물을 주문했다. '아이고, 우리 아들은 언제 클까.' 걱정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휴, 우리 아들 언제 철들까?" 한마디 했더니, "엄마가 낳았잖아." 했다. 자기 인생을 통째로 엄마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 순간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자동 도출되었다. 


20살까지는 대개 부모의 양육하에 있으니 부모 탓으로 돌릴 수 있겠다. 30살까지도 그 잔재가 남아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법적 성인 나이 20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기가 책임지는 삶이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20살 이후 20년이 지난 마흔의 인생은 본인의 책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얼굴엔 '인상'이란 게 있다. 인상이 좋으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한다. 인상에는 성품도 반영되고, 건강도 반영된다. 또 경제적 여유도 반영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모두 인상이 좋은 건 아니다. 반면, 성품이 좋아도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얼굴이 편안해 보일 수 없다. 자신의 일, 성품, 취미, 친구 관계, 그리고 많은 시간을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가가 그 사람의 인상과 인품을 만들어간다. 


나이 드는 것은 '익어가는 것'. 

경험하고 섭취한 모든 것들이 내 안에서 잘 소화되고 발효되어 맛있게 익은 향기가 날 수 있다면 그때의 얼굴은 편안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연예인들과 나이 드는 모습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젊었을 땐 별로였는데, 인품이며 외모며 멋지게 변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었을 땐 멋있어 보였는데, 갈수록 욕심에 일그러져 추해져 가는 사람도 있다.  참고로 아들은 직장에서 자기에게 맡겨진 업무 역할 잘 감당하며(집에서 엄마에게만 어린냥이다. 그것도 철이 들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친구들과 바이크 라이드 하며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들도 마흔이 되면 멋진 자기 얼굴을 대면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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