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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Oct 16. 2023

2. 첫 날

김깜지

집에 도착하니 자정을 지나 한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주먹 만한 깜지는 만지면 으스러질 듯 작고 약해 보였다.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아니어서 완전 꾀죄죄했다. 벼룩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고양이를 아들은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내내 껴안고 왔다. 우리 집에 고양이 용품이 있을 리가 없다. 우선 신문지를 가져다가 마른 욕조에 깔아 찬 기를 면하게 했다. 아기 고양이를 그 안에 두었다. 그 애도 엄마, 형제들을 떠나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무서울까 싶지만, 나도 그 애가 무서웠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더욱 그랬다. 


아침 일찍 동네 동물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아들이 다시 품에 안고, 나는 차를 운전했다. 지금은 품에 안아도 뛰쳐나가지만, 그때 그 애는 너무 작고 겁이 많아 그러지 못하고 아들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나 움직이고 이동하는 내내 갸냘픈 소리로 야옹되었다. 또 어디로 데려가나요? 불안하고 두려운 듯 했다. 동물 병원에 도착하여, 진료 접수하는데 고양이 이름을 물었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깜지'라고 작명했다. 보호자 이름도 물었다. 아들 이름을 말했다. '너가 데려 왔으니 이제부터 네가 깜지의 보호자다.' 자동적으로 고양이의 성이 '김'이 되었다. '김깜지' 너무나 잘 어울리고 사랑스럽고 입에 착 붙는 이름이다. 


수의사선생님은 체중도 측정하고, 이리저리 살펴보시더니 6주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셨다. 벼룩을 제거할 약을 발라주시고, 예방 접종도 했다. 목욕을 시키고 싶은데, 깜지가 새로 바뀐 상황에서 너무 놀랄 것 같다고 그냥 키워도 된다고 하셨다. ㅠㅠ 그래도 영 찝찝해서 고양이는 거실에서만 키우기로 했다. 방에는 절대 들이지 않도록. 사료도 주문하고 모래와 모래통도 주문했다. 8년 전의 일이라 그날의 그 외의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작고 여린 깜지는 내내 불안해했지만, 아들이 깜지를 지극 정성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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