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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Oct 16. 2023

1. 카톡방에 불나다

김깜지

고난주간 성금요일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길. 핸드폰을 꺼내, 비행기 모드 오프로 하니 카톡방에 빨간 숫자가 떴다. 132. 우리 가족 카톡방에 톡 수가 132라니. 무슨 일이 난 걸까? 들어가 보니 나만 빼고 4명이 열띤 논쟁 중이었다. 


눈을 비비고 화면 스크롤 업 하고 읽어보니, 셋째(아들)가 고양이를 데려오겠다는 이야기였다. 과친구가 자기네 동네 식당에서 아기 고양이 사진을 찍어 보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중학교 때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했고,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고양이를 키우게 해달라고 조르던 아들이다. 잠잠해서 잊었나 했더니 과친구들에게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말을 했었나 보다. 


맥주 상자 속 세 마리 아기 고양이. 누렁이, 턱시도, 얼룩이 중에서 어떤 고양이가 마음에 드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아들의 설득은 집요했다. 누나들은 보다 경제적이고 현실적이었다. 매달 사료비, 예방 접종비는 누가 낼 거냐? 중성화 수술비가 얼마나 비싼 줄 아느냐? 네가 고양이 똥 치울 거냐? 등등. 이미 아빠가 아들 손을 들어주어 키우는 걸로 결론이 나 있었다. 아들은 택시 타고 봉천동에서 면목동까지 고양이 데리러 간다고 했다. 엄마 보고 차 가지고 자기와 고양이 데리러 면목동으로 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카톡은 멈춰 섰다. 아. 지금 벌써 10시. 집에 가면 11시. 그곳에 가면 12시. 집에 오면 1시. 


면목동은 난생처음이다. 이미 골목길은 불이 다 꺼져있다. 작은 편의점 희미한 불빛 아래, 주먹만 한 아기 고양이를 품고 있는 아들이 보였다.  갓 낳은 자기 새끼인 양 꼭 껴안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낯설어 웃음이 나왔다. 한강변을 달려 집으로 오는 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예방 접종은 했을지, 우리 아들한테 벼룩 옮기는 건 아닌지. 무엇보다도 엄마와 형제들과 이별하여 이렇게 멀리 떠나 오는 아기 고양이는 얼마나 두려울까. 맘 한편이 짠 해지는 순간, 나는 이미 집사의 길, 깜지 엄마의 길로 들어섰다. 2015년 3월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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