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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Oct 17. 2023

 4. 눈 병

김깜지

깜지가 우리 집에 온 첫여름은 몹시 더웠다. 깜지는 소파 위에 퍼져 지냈다. 두 팔(앞다리)을 소파 밖으로 쭉 늘어뜨린 채 잠든 모습은 보는 우리에겐 그저 귀여웠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깜지가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침대 밑에 들어가 은신하듯 몸을 숨기고 나오질 않았다. 밥도 잘 먹지 않았다. (깜지에게 배웠다. 아플 때는 먹지 않고 조용히 자는 게  좋다는 것을.) 아들이 깜지를 보더니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했다. 눈이 이상하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깜지를 데리고 동물 병원에 갔다. 더위에 지쳐 병이 났다고 했다. 고양이는 아프면 눈부터 이상이 온다고 했다. 눈에 넣는 약과, 먹는 약을 주었다. 깜지 약을 먹이고 안약을 넣는 것은 아들 담당이다. 우리 여자들이 안고 약을 넣으려면 물고 할퀴는데, 오빠가 안고 '쉿' 하면 그 기세에 눌려 얌전해진다. 일주일 투약 후 깜지는 다시 건강해졌다. 이후로 더운 날은 깜지가 지치지 않도록 에어컨을 켜준다. 한두 해 지나니 이제 본인이 선풍기 밑에 가서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힌다. 환절기부터는 춥지 않도록 전기장판도 켜준다. 이후로 깜지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바깥 산책을 하지 않아 운동량은 부족하지만, 깨끗한 집안 환경과 좋은 사료 덕분인지 건강하다. 무엇보다 눈이 맑고 총명하다. 그래서 고맙다. 교회에서 세례식이 있던 날 집에 와서 깜지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다. 우리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라고 기도해 주었다. 


언니 피아노 위에서 단잠 자는 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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