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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Oct 18. 2023

1. 차 tea의 계절이 돌아왔다

Tea Story

며칠 사이 기온이 뚝 떨어졌다. 새벽 시간엔 이불을 끌어당기고 열린 문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차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다구를 꺼냈다. 다구는 차를 우려 마시는데 필요한 도구이다. 차에 조예가 깊은 분들 많지만, 아마추어로 차를 즐겨마신 사람으로서 내가 경험한 차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려 한다. 


지난주 인사동에 가서 '동방미인'이란 대만 우롱차를 샀다. 그동안 맛본 우롱차는 친구가 준 우롱차(이름은 몰랐고, 친구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었지만, 마셔보니 양질의 우롱차였다.)와 대만 지우펀의 티하우스에서 맛본 '동방미인'과 그보다 한 등급 위인, 최상급의 차 '귀희'였다. 40g에 7만 원 정도였으니 상당한 고가였으나 집에 와서 마시는 내내 후회되지 않았다. 인사동 차 판매점에 '귀희'도 있었으나, 한 등급 아래인 '동방미인'은 어떤지, 좀 저렴한 것을 구입해 보았다. 


대만, 지우펀, 티하우스
'귀희' 차 캔, 대만 지우펀 티하우스

우롱차는 홍차, 보이차와 같은 발효차이다. 녹차는 생차로 찻잎을 그대로 덕은(기름 없이 팬에 볶는다) 것이라면, 발효차는 쪄서 말리고 쪄서 말리고를 반복하여 만든 것이라고 알고 있다. 생차인 녹차는 그 느낌이 날카롭고 차가워서(어떤 이는 이를 맑다고 표현한다) 나는 거부감이 든다. 특히 나에게 오** 녹차는 더욱 그렇다. 녹차와 홍차 사이에 황차라는 것도 있다. 여태껏 마셔본 차 중에 황차는 우롱차인 '귀희'에 버금간다. 차를 유리 다완에 우리면 찻물이 호박 보석보다 맑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마시면 몸이 훈훈해진다. 황차와 홍차는 마시면 몸이 훈훈해진다. 관악도서관에서 주최한 'Living Book Libaray' 행사에서 비건식 하는 분을 만났다. 그분은 북촌에서 한복을 창작하는 분이었다. 후에 북촌 숍으로 놀러 갔는데, 가게 한쪽은 차를 마시는 공간이었다. 낮고 너른 통나무 탁자에 다구가 준비되어 있었고, 숯불 화로 위에는 주물 주전자가 놓여있었다. 차를 대접받고 일어서는데 그분이 좋은 차라며 '황차' 구매를 권하였다. 절에서 아는 스님이 직접 만든 거라며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없는 거라고 하였다. 차에 완전 초짜였던 나에게 60g에 7만 원인가 8만 원인가 하는 차를 권했던 것이다. 좀 찜찜한 기분으로 집에 왔는데, 차를 마셔보고, 마지막 한 잎 마실 때까지 정말 매번 내가 귀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차에 매료된 것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잠깐이나마 좋은 차를 권한 그분을 의심했던 것에 죄송한 마음이 차를 마시는 내내 들었다. 그에 버금가는 차로 친구가 나의 전시를 축하하며 선물한 '정조명차'를 들 수 있다. 'Famous Chinese Tea'라고 되어있고,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어서 정확히 무슨 차인지 모르겠는데 고급 차라고 했다. 마셔보니 역시 황차에 못지않은 맑고 단 기운이 있는 부드러운 차였다. 이 차도 혼자 조용히 아껴 마셨다. 언젠가 이 차를 만나면 다시 구입하려고 캔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친구가 선물한 정조명차

차를 마시니 몸 전체가 땀에 촉촉이 젖는다. 홍차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편에서 해야겠다. 인사동에 차를 파는 여러 가게들을 봤지만, 너무 비싸지 않을까, 속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산 우롱차 '동방미인'은 70g에 25000원으로 가성비며 차의 질이 만족스러웠다. 대표적 발효차로 우롱차와 보이차, 홍차를 들 수 있는데, 우롱차와 보이차의 차 나무 종류가 다른지 모르겠다. 다만 맛은 우롱차는 생차의 비릿한 차향이 나면서도 달고 맑고 부드러운 것이 입 안 전체를 코팅하는 것 같다. 거기에 '귀희'차는 고귀하고 은은한 꽃 향기가 더해진다. 한편 보이차는 그동안 나와 인연이 맞지 않았는지, 싸고 질이 낮은 차였는지, 지푸라기 같은 냄새가 나고, 목 넘김이 떨떠름하고 거칠었다. 복부지방이 많아 몸이 차가운 나는 마시면 몸이 훈훈해지는 보이차를 한여름에도 열심히 마셨던 때가 있었지만, 우롱차를 맛본 뒤로 보이차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집에 있는 보이차는 버릴까 생각 중이다. 다음엔 다구(차의 도구)와 차를 마시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 말해보련다.


원래 큰 통으로 판매하는데 가격이 너무 세서, 이렇게 소분해서 판매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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