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 Story
녹차, 백차, 청차, 홍차에 이어 흑차에 이르렀다. 흑차에는 보이차, 육보차, 천량차, 복전차가 있다. 보이차는 보이 지방에서, 육보차는 육보향 지역에서 생산된 차이고, 천량차는 천 량 단위로 만든 차이고, 복전차는 복날 만든 벽돌 모양의 덩어리 차를 지칭한다. 이들은 모두 후발효차로, 녹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친 차를 쇄청모차라고 하는데, 그 후에 증기를 쏘이고, 압축 성형한 후 그늘에서 자연 발효시키면 보이생차(청차)가 만들어진다. 자연발효는 40~60일간 진행된다. 요즘은 10톤 이상의 쇄청모차를 쌓아놓고 여기에 물을 뿌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미생물 발효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차가 보이숙차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숙차는 차의 성질이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운 탕색과 맛을 낸다. 정리하자면 보이생차는 자연발효로 만든 것이고, 보이숙차는 인공발효를 거친 차이다.
압축 성형 모양에 따라 넓적한 둥근 떡덩어리 모양으로 성형된 것을 병차餠茶라 하고, 밥공기 모양으로 성형된 것은 타차沱茶, 네모난 벽돌 모양으로 성형된 것을 塼茶라 한다. 덩어리로 압축시키지 않고 본래 찻잎 그대로 만든 것은 산차散茶라고 한다. 요즘은 홀스 캔디만 한 작은 덩어리로 낱개 포장한 것을 '고'라 하여 '보이차고'라고 하는 상품도 판매된다. 보이차는 주로 보이병차, 보이타차로 판매되고, 복전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차로 벽돌 모양으로 만들어진 차이다. 보이청병이라 하면 자연발효로 숙성된 떡모양의 차임을 알 수 있다.
후발효 차는 쇄청모차가 악퇴(발효)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이후에도 통풍이 잘되고 냄새를 타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차가 된다고 한다. 후발효 차는 탕빛이 진하여 흑차라 분류되는데, 여기에는 보이차뿐 아니라 육보차, 천량차, 복전차, 노포차 등이 포함된다. 간혹 보이차에 '퓨어보이차'라고 이름 붙은 것이 있어, '깨끗한 보이차'인가 생각했었는데, 어이없는 오해였다. '보이'의 중국 발음이 '푸얼'에 가깝다. 보이(普洱)는 지금의 서쌍판납(西雙版納) 및 사모(思茅) 지역을 관장하던 명, 청 시대 행정 소재지 명칭이다. 여기에 원난산 차들이 모여들어 보이차라는 명칭이 생겨난 것이다. <참고 1> 그러니 '퓨어 보이차'는 교묘한 속임수라 할 수 있다.
보이차는 침출차로 마시기도 하고, 탕차로 마시기도 한다. 오늘은 보이차를 마시기 위해 자사호를 꺼냈다. 붉은빛이 도는 흙으로 만든 자사호는 중국차를 마실 때 선호하는 다기이다. 자사호는 차의 향기를 머금기 때문에, 한 자사호로 다양한 차를 마시면 안 된다고 한다. 보이차를 위한 자사호, 우롱차를 위한 자사호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나는 보이차만 자사호를 사용하고 다른 차는 우리나라 전통 다기나, 유리 다기를 사용한다. 퇴수기가 서랍으로 달려 있는 대나무 다반에 숙우(공도배)와 자사호 다관, 찻잔을 준비한다. 보이병차에서 차칼로 찻잎을 떼어내고 다관에 담는다. 홍차, 흑차는 뜨거운 물이 좋으므로 팔팔 끓인 물을 바로 다관에 붓는다. 1분 정도 후에 첫물을 버려 세차한다. 다시 뜨거운 물을 다관에 붓고 다관 뚜껑을 덮고 그 위에도 뜨거운 물을 부어 다관을 따뜻하게 한다. 숙우와 찻잔도 뜨거운 물로 예열한다. 예열한 물을 버린다. 자사호 다관에서 1~2분 정도 잘 우러난 찻물을 숙우에 따르고, 찻잔에 따라 마신다. 사실 보이차에는 묵은 지푸라기 냄새 같은 맛과 향이 난다. 내게는 목 넘김도 떫은 듯하다. 요즘 중국차에는 불순물이 많고 질이 좋지 않은 차도 많다 하여 조금 꺼림칙한데 맛과 향이 이러하니 좋은 차인지, 원래 그런 맛과 향인지 잘 모르겠다.
보이차의 향은 크게 네 가지 향이 있다고 한다. 진향, 장향, 연향, 난향이 그것이다.
1) 진향(陳香)은 가장 흔하게 보이차에서 맛볼 수 있는 향이다. 위에 지푸라기 냄새라고 표현한 향을 말하는 듯하다. 묵은 풀 향, 또는 흙냄새, 또는 세월의 냄새라 할 수 있다.
2) 장향은 녹색근균, 흑국균, 소근균균, 양주효모 등의 미생물들이 발효에 관여하는 과정에 생긴 방향성 화합물들에서 만들어지는 향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향을 지칭하는지 모르겠다.
3) 연향. 운남 대엽종 차나무의 부드러운 잎은 후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짙고 강렬한 청엽향이 제거되고, 담담한 연꽃 향이 남는다고 한다.
4) 난향. 2~3급 찻잎으로 만든 생차 타차의 경우 가장 난향이 많이 난다고 한다.
아직 난향이나 연향의 보이차를 맛보지 못했다. 주로 진향의 보이차를 맛보았다. 조만간 서울대 입구역 찻집 반조Banjo에 가서 좋은 보이차로 맛보아야겠다. 보이차의 여러 효능이 있지만, 몸으로 체감하는 가장 확실한 효과는 장을 건강하게 하고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 차를 마시면 바로 효과가 있다. 요구르트보다 확실한.
글을 쓰려니 보이차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오피니언 뉴스에 김송현 기자가 쓴 <보이차 사랑> 시리즈 기사를 참고 인용했다.
참고 1. 출처 :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