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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Nov 09. 2023

17. 지차 知茶_내 몸에 맞는 차

Tea Story



공부功夫

그동안 녹차, 백차, 청차(우롱차), 홍차, 흑차(보이차)를 맛보며 알아보았고, 그것을 '지차'라는 제목으로 정리했다. 지식을 습득할 때, 나는 그 정보가 정말 그러한가 몸으로, 삶으로 확인하려 한다. 당연히 지식을 습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시험 준비로 어쩔 수 없을 때가 아니면, 지식을 폭식하고 싶지 않다. 한편, 몸의 변화도 세밀하게 느끼는 편이다. 음식을 섭취했을 때 몸의 반응에도 예민하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내 몸은 물론 식구들 몸이 편한지, 혹 불편한지. 오늘 저녁엔 고춧가루가 들어간 시원한 콩나물국을 먹어야 할 때인지, 크림 파스타를 먹고 싶을 때인지. 큰 아이는 고춧가루가 들어간 국물을 먹을 때면 재채기를 터뜨렸다. 고춧가루 알레르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덕경> 수업 중에 김용옥 교수가 '공부'의 한자어를 설명한 적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쿵후'가 '공부功夫'의 중국 발음인데, 중국 사람들에게 공부는 책상 앞에서 머리로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익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몸으로 익힌다, 체득한다, 습득한다는 의미는 그때 나의 머리에 각인되었다. 한편, 신약 성경 사도행전에는 베뢰아 사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베뢰아 사람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보다 더 신사적이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 베뢰아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을 대하여 '그것이 정말 그러한가 날마다 상고하는' 태도를 가졌다고 한다. 또 이를 신사적 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김용옥 교수가 강조한 몸으로 익히는, 몸으로 체감하고 습득하는 공부, 그리고 새로운 지식에 대해 정말 그러한가 날마다 상고하는 베뢰아 사람들의 태도를 세상을 파악하는 기본 방식으로 삼아왔다. '知茶'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제목이다. 차에 대한 여러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나에게 필요한 정보, 그리고 정말 그러한지 내 몸으로 알아가는 그런 차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러니 나의 글에서 듣는 정보는 일반적일 수도, 상황에 따라 개인적인 것 일 수도 있다.

자료 1. 대한다업 봉로녹차/입하

국산 녹차

이전 글에서 '녹차'에 대해 별로 탐탁지 않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내가 혹 녹차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좋지 않은 녹차로 인한 오해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다시 용기 내어 대한다업에서 나온 '봉로녹차/입하'를 구입했다. 그동안 몇 차례 마셔보니, 현미가 들어있지 않은데도, 현미 녹차처럼 구수하고 맑고 깨끗하다. 찻잎을 우리다 보면 다관 바닥에 찻잎에서 떨어져 나온 깨끗한 육질 부스러기가 보인다. 이는 멍석에서 찻잎을 비비는 유념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유념하는 이유가 찻잎에 상처를 내고 그래서 차가 잘 우러나올 수 있게 하는 것임을 생각해 보면, 이 차는 깨끗한 차를 정성껏 유념한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국산 녹차도 충분히 좋은 차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떫거나 쌩한 맛이 없어 마실 때마다 기분 좋다. 한편, 이번에 구입한 '고산생태 백차'는 향과 맛은 녹차보다 차분하고 은은하고 빛깔도 나쁘지 않은 데, 잘 우러나지 않는다. 이 차를 맛있게 우리는 조건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차에 대한 평가는 보류이다.


뱃속이 편하다

청차에 속하는 대만의 '동방미인' 우롱차는 마실 때마다 흡족하다. 앞의 녹차도 이에 못지않으나, 이 우롱차는 내 몸에 딱 맞는 것 같다. 마시면 편안하고 기분 좋게 온몸이 이완된다. 뱃속이 편하다. 젊어서는 뱃속이 불편해도 늘 그런 거려니 하고 살았는데, 나이가 드니 뱃속이 편하지 않으면 지내기 힘들다. 뱃속이 편하지 않을 때, 차가울 때, 여기저기 아픈 증상이 속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남편과 함께 하루에 두 번씩 내려 마시던 핸드드립 커피를 한 달간 끊었다. 외식하거나 과식한 것도 없는데, 늘 체기가 느껴지고 몸, 특히 배가 차가워지고, 감기를 달고 살았다. 둘째가 카페인 과다 복용하는 것 같다고 커피를 줄이라고 해서, 한 달간 커피를 끊었는데, 정말 배가 차가운 것도 없어지고, 감기 증상도 훨씬 덜하고, 배가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차에도 카페인이 있다고 하는데, 차의 카페인과 커피의 카페인은 다른 것 같다. 커피는 몸과 정신을 각성시키지만, 차는, 특히 나에게 우롱차는 몸의 긴장을 기분 좋게 이완시킨다.


이완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이 들어 깨닫는다. 치과 의자에 올라앉으면 의자를 눕혀 준다. 편안히 누워 계시라는데 편하지 않다. 헤어숍에 가면 머리를 감겨 준다. 목에 힘을 빼라고 하는데 어찌해야 힘을 빼는 건지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깨달았다. 몸의 긴장을 푸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숨을 내쉬는 것임을. 숨을 들이마시면 몸이 긴장되고, 숨을 내쉴 때 몸에 들어간 힘도 빠진다. 스트레칭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숨을 내쉬는 것이다. 어려운 동작을 할 때 숨을 내쉬고, 제자리로 돌아올 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스트레칭하는데 힘을 주면 근육이 삐끗하게 된다. 라마즈 분만법의 호흡도 이 원리이다. 진통이 올 때, 숨을 길게 내쉬면 통증이 줄어든다. 숨을 길게 내쉬면서 몸을 이완하는 법을 익히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상당히 편안해진다. 거기에 차, 특히 우롱차를 마시면 반신욕 한 듯, 온몸이 따뜻해지면서 이완되며 스르르 잠이 온다.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에 일어나 차를 마시다가 다시 들어가 자곤 한다. 내 몸에 맞는 차를 꼽으라면 단연 우롱차를 꼽겠다.


홍차는 맛도 향도 안정적이고 무난하다. 보이차는 아직 좋은 차를 맛보지 못했고, 지금까지 맛본 보이차 향은 내 취향은 아니다.  보이차는 일단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고, 어쩌면 한국보다 중국 섭생에 적합한 차인지도 모르겠다. 보이차에 대한 평가도 보류이다. 그간의 경험을 종합해 보건대, 잘 모르는 차를 병차나, 타차, 전차와 같은 큰 덩어리로 구매하는 것은 좋지 않다. 처음 차를 구입할 땐 좋은 차(대개 비싼 차, 확실한 차)를 소량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소량이라 함은 40~100g 정도이다. 병차를 판매할 때는 300g, 500g씩 판매하는데, 잘 모르는 차를 가격대비 양이 많다고 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확실한 좋은 차를 비싸지만 소량 구입해서 좋은 맛을 익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차의 선택 폭을 넓혀가는 것이 좋겠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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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 출처: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www.11st.co.kr%2Fproducts%2F4319167783&psig=AOvVaw00OhrOgfSgHTNTNbyf1zdD&ust=1699569440806000&source=images&cd=vfe&opi=89978449&ved=0CBEQjRxqFwoTCLjT9Ne7tYIDFQAAAAAdAAAAAB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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