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강철부대’라는 프로그램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은 문구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결과지상주의' 혹은 '결과만능주의'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번지르르한 말이나 핑계보다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과 열정과 끈기로서 끝끝내 결과를 이끌어내는 결정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매일매일이 전쟁과도 같은 기업의 영업전선에서는 '졌잘싸'가 아니라 이유 불문하고 실질적인 결과로 증명해야 하기에 더욱 공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영어에 ‘터칭(Touch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를 신체적으로 터치했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방의 가슴에 깊숙이 와닿았다’는 의미, 즉 ‘감동을 주었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하려면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게 주제이든, 특이한 소재이든, 사람이든, 뭔가 달라야 차별화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강철부대’는 한국의 최정예 군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들이 부대의 명예를 걸고, 최고의 부대로 등극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특전사, UDT, SDT, SSU, 707, 해병수색대가 참가한 특수부대의 면면들이다. 각 팀은 4명으로 구성되어,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치열한 서바이벌 대결을 통해 최종 우승 부대를 가렸다. 자신과 소속 부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악착같이 미션에 도전하고,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터칭했다. 이는 군대를 경험한 연배가 좀 되는 세대에서부터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또 남녀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젊은이들이 이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특수부대 지원병 숫자도 늘어났다는 기사도 있을 정도였으니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터칭, 즉 모든 감동의 핵심은 스토리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스토리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군인정신이다. ‘행동으로 논리를 대변하고,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한다’ 이는 경쟁에 참가한 특수부대 중 하나인 707 특수임무단의 표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각 팀원들이 힘을 합쳐 고군분투하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공감을 일으키게 했다. 그 치열한 과정을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를 꼽아보라면 ‘군인답다', 혹은 ‘남자답다’가 아닐까?
‘~ 답다’라는 말은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남자답다’는 남성상이라는 특성이 녹아 있는 말이다.
지금 유럽에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로 2020)이 한창이다.
그런데 여기도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인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구단인 토트넘에서 수년간 함께 뛰었던 크리스티안 에릭센 선수는 덴마크 팀의 에이스다. 그는 예선에서 핀란드와의 시합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정지 상태를 맞이했다. 다행히 의료진의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맛보았다. 그런데 그가 소속된 덴마크 팀이 에이스의 부재 속에서 똘똘 뭉쳐 2연패 후 마지막 경기인 러시아전에서 4대 1로 이기고, 기적같이 예선전을 통과했다. 심장에 제세동기를 삽입한 에릭센이 팀을 방문한 뒤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이라 더 감동을 준다. 덴마크는 16강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이기고 2004년 이후 17년 만에 8강에 합류했다. 그리고 체코까지 제치고 4강에까지 진출했으나 영국과의 준결승에서 패해 아쉽게도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하지만 동화의 나라 덴마크팀이 써 내려간 한 편의 동화같은 스토리는 대중들의 뇌리 속에 깊숙이 자리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승자의 자리를 쟁취하는 이에게는 그에 따른 찬사가 뒤따른다. 비록 승자가 되지는 못했으나 행동으로 결과를 이끌어 낸 이들 또한 충분히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여기에 또다시 등장하는 단어가 '~답다'이다. 사람들은 ‘~답다’에 정체성과 아이덴티티를 담는다. 자신이 활동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확실한 ‘자기다움’을 가졌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군인답다, 남자답다, 프로선수답다, 에이스답다'... 이와 같은 말과 이치가 조직에도 적용될 수 있다. 만약 ‘OOOO 답다’에 회사 이름이 들어가면 그 속에는 회사의 정체성과 아이덴티티가 담기게 된다. 그게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고, 어떻게 살려고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일수록 정체성이 뚜렷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주변 환경이나 제삼자가 아무리 흔들어 댄다 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답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누구누구답다’를 통해 나 자신의 정체성과 아이덴티티를 세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