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Sep 30. 2021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90년생이 온다' 토크 자료

2019년 11월에 진행했던 아침 조회 토크는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고난 후 개인적인 생각을 토크 자료로 풀어낸 경우다. 10대에서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조직 분위기 상, 세대간의 인식차나 갈등같은 쉽사리 채우기 힘든 간극이 엄연히 존재한다. 각 세대들이 사용한 유행 단어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자'는 취지에서 이 토크를 준비했다. 다양한 단어들의 뜻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정답을 말하고자 하는 참석자들의 열기가 사뭇 뜨거웠다.


그런데 하필이면 발표 당일날 빔프로젝터가 작동이 되지 않는 바람에 임기응변으로 칠판을 활용했다. 재미있는 것은 도리어 아날로그적 감성이 토크에 더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토크를 진행하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럴때를 대비한 비상 대책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지난 주말 동안 가을비가 오고 나서 날씨가 부쩍 쌀쌀해 졌습니다. 이제 서서히 겨울의 문턱을 향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조회는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90년생이 온다’로 문대통령이 언급한 책으로도 유명해졌지요. 

그런데 오늘은 빔 프로젝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칠판을 활용해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몇 개의 단어들을 써 보겠습니다.


뻥 (거짓말), 천재 (천하의 재수없는 놈), ET (이쁘지도 않은 게 튕겨) 

뜻을 알겠습니까? 이 단어들은 70년대 생이 10대 청소년기를 보냈던 1980년에 유행했던 단어들입니다. 


어솨요 (어서오세요), 방가 (반가워요), 일케 (이렇게), 쟈철 (지하철), 125 (이리와) 

이들은 80년대 생이 10대 청소년기를 보냈던 1990년에 유행했던 단어들입니다. 내가 80년대 생이다. 손 한번 들어 보세요. 이 단어들의 뜻을 알겠습니까? 어쩌면 80년대 생들 조차도 그 뜻을 잘 모르는 단어들도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이 은어들이 크게 번져나가지 않고 끼리끼리 문화에서만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90년대 생이 10대 청소년기를 보냈던 2000년에는 줄임말이 기존의 청소년 교실 은어와 PC 통신 문화를 넘어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릅니다. 유투브 같은 각종 SNS를 타고 사회 전반으로 번져 나갔다는 말입니다. 한번 볼까요? 


뉴비 (온라인게임에서 새롭게 게임을 시작하는 신규 유저, 새로운 영역의 초짜들을 통칭하는 언어, 신입생, 사회초년생 등등) / 버로우 (숨다, 사라지다의 뜻으로 지인이 연락이 안 되는 경우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잠수탔다?, 게임 같은곳에서 땅속에 숨는 기능이 버로우라는 기술이라 합니다) / 레어템 (구하기 힘든 상품의 경우) / 득템 (이 상품을 얻을 경우) / 쉴드친다 (누군가를 변호해준다고 할 경우) / 아싸 (아웃사이더, 외톨이) / 인싸 (인기인) – 핵인사 / 어사 (어색한 사이) / 문상 (문화상품권) / 낄낄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많이 낯설죠? 그러면 테스트 한번 더 해볼까요? 답은 말씀하지 마시고 속으로만 생각해 보세요


이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들에게 질문 10개의 신조어 테스트에 나온 질문들입니다. 

ㅇㄱㄹㅇ (이거 레알) / ㅇㅈ (인정) / N포세대(3포/5포/7포세대 N가지를 포기한 세대 -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꿈, 희망 직업, 인간관계) / 헬조선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 / 욜로 (You Only Live Once - 인생은 한번 뿐이다) / 츤데레 (평소에는 무심하지만 뒤에서는 세심하게 마음을 써주고, 매번 무뚝뚝하면서도 가끔 자상한 면모를 보이는 사람) - 동백꽃 / 사이다 (정말 답답한 상황이 통쾌하게 진행되었을 때 쓰이는 말) / 할많하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 취준생 (취업 준비생)

실제로 교수들이라면 연배들이 꽤 있는 40~60대 분들이라 신조어에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요? 결과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N포세대 / 헬조선 / YOLO / 취준 정도만 알았다고 합니다. 


제가 아침 조회에서 왜 이런 낯선 단어들을 말할까요? 그냥 재미만 있자고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앞에서 언급한 이 단어들은 각 세대별 특징을 나타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대는 같은 시기에 출생한 집단입니다. 그래서 거의 비슷한 사회적 환경과 경험을 겪게 되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일이나 사람을 대하는 사고 방식도 비슷하게 만들어 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시간, 집단, 사회구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긴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조직을 살펴보면 여러 세대가 함께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조직에는 한 세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임원이나 매니저 급들의 세대와 대리나 사원 급의 세대가 모두 제각각 입니다. 우리 조직만 해도 실로 다양한 연령대의 조직원들이 모여 있습니다. 앞에서 각 세대별 유행어를 언급했지만 단순히 유행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방식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게 성장해 왔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일과 사람을 대하는 생각에도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고요. 물론 보통 조직은 리더의 성향에 따라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사풍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리더가 포용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독단적이라거나, 자칫 방향을 잘못 잡는 경우는 조직이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이런 조직이라면 회사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겠지요.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에서는 미래의 주축 세대로 떠오르고 있는 90년생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들의 생각과 생활방식, 이 세대가 갖는 특징 등등에 대한 얘기지요. 90년대생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눠집니다. 책에서 나온 내용은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 입니다.


‘간단하거나’ – 줄임말이나 은어 사용에서 보듯 모든 것을 간단하게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커뮤니이션 언어로 이모티콘과 짤방이 대세인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바일이 하나의 삶과도 같습니다. 이들은 길게 읽을 수 없기에 극히 짧은 내용이 아니라면 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재미있거나 – 두 번째 특징인 ‘재미있거나’는 기승전병, 여기서 병은 병맛을 의미합니다. 

이 세대에서는 재미를 통한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특징인 ‘정직하거나’, 여기서 정직은 공정을 의미합니다. 

이 세대가 공시, 즉 공무원 시험에 올인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세상이 정직하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회에서는 선의의 경쟁이란 존재할 수 없지요. 그래서 이들은 신뢰의 시스템화, 모든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대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꼰대 문화가 나옵니다.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지칭하거나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바뀌어 현대에서는 특정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합니다.


솔직이 우리 회사에서도 꼰대가 많습니다. 물론 저도 예외가 될 수는 없지요. 저도 상당부분 꼰대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우리 회사의 많은 분들이 꼰대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더급에 있는 분들도 그렇고, 심지어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도 꼰대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각성하지 않으면 이런 사람들이 그대로 꼰대의 계승자가 됩니다. 꼰대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기준과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꼰대들이 많은 조직일수록 소통이나 화합은 힘들어 질 겁니다.

  

우선 ‘사람은 모두 다르다’라는 사실.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지식이 항상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꼰대가 되지 않습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설령 누군가가 꼰대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해서 그 내용들이 정말 쓸모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단 한가지라도 건질게 있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대에 따라, 성장한 환경에 따라 각자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목표가 동일하다 해도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서로 조금씩 마음속에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찾아 나갈 때 세대를 떠나 서로 소통하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Fin. 감사합니다.







참고: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매거진의 이전글 최민용의 도끼질 - TRIZ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