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Oct 09. 2021

나도 토크를 잘하고 싶다

나는 토크를 잘하는 사람이 정말 부러웠다. 

나도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내 맘처럼 잘 되지 않더라.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발씩 나아갔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조금씩 자신감도 생겼고, 이젠 그 긴장감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저자가 고백하는 토크 울렁증 극복기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 그런데 크고 작은 집단 안에는 톡톡 튀는 잘난 인간들이 꼭 끼어있다. 평소 언행일치를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믿음, 그리고 정신을 손수 보여 주는 토크 절대자 (에토스).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누구보다 강력한 토크로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감성 마스터 (파토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토크로 분위기를 휘어잡는 화려한 언변의 소유자 (로고스). 도대체 어떤 DNA가 이들을 토크 우월인자를 가진 호모 링구아로 만든 것일까?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후덕한 몸매에서 나오는 우렁찬 목소리가 인상적이던 친구다. 학교 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신앙심이 깊어 전도 활동도 열심이었다. 지금은 긴가 민가이긴 한데 장래 희망이 목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건, 그의 토크나 전도에 대한 열정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성경 이야기로 시작해서 교회에 나가야 하는 이유까지 찬찬히 듣고 있자면 설득 당하지 않고 배겨낼 도리가 없었다. 어느새 나는 그 친구를 따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원래 우리 집은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 신자셨다. 주변에서 보살이라 불릴 정도로 신심이 좋으셨고, 수시로 절을 다니시는 분이셨다. 석가탄신일 때는 온 가족이 함께 절 나들이를 가기도 했다.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나를 한동안 별말씀 없이 지켜 보시던 어느 날, 내가 대형 사고를 쳤다. 할아버지 제삿날이었다. 그날 난 제사를 거부하고 교회로 튀었다. 결국 교회로 직접 찾아오신 부모님 손에 이끌려 나온 후 나의 짧았던 교회 생활도 끝이 났다.  


‘친구 따라 강남, 아니 교회 간다’고 했던가? 돌아보면 내가 친구의 토크에 끌린 이유는 메시지가 명확했고 진정성이 넘쳤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나의 친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요소 중, 강력한 에토스의 소유자였다. 평소의 말과 행동이 나로 하여금 그에 대한 판단을 로고스(이성, 논리)가 아닌 에토스(호감, 믿음)의 영역으로 이끌었다. 거기에 파토스(감정, 열정)까지 더한 토크에 난 무장해제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요소들은 호모 링구아에게는 최고의 무기이자 축복이다. 


여러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그런 능력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성적인 성격에, 말주변도 떨어지는 데다 조금만 긴장하면 실수 연발이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얼굴은 홍당무로 변하기 일쑤였고, 긴장하면 내용을 잊어버리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아 쪽 팔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다종 다양한 지식들이 행간에서 빛을 발하는 토크 능력자가 되고 싶다. 그래, 꼭 되고 말 거야!”

언젠가부터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호모 링구아에 대한 열망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 꿈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이 열망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깨닫지 못했을 뿐.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어도 씨를 뿌리고 물과 양분을 주다 보면 꽃을 피우는 그 날이 오겠지?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산다. 




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영어 문장이 있다. 바로 1961년 1월에 있었던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 연설 문구다.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자 미국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당시 이 문구가 너무도 감명이 깊어 며칠 동안 연설문을 통째로 외우려 애를 썼던 기억이 새롭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명언을 통해 최고의 토커(Talker)로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인물이다.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 11월, 에이브러햄 링컨이 펜실베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했던 연설에 등장하는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또, 1963년 8월, 미국 워싱턴 광장에서  “I have a dream.”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명연설을 남긴 마틴 루서 킹 목사도 최고의 토커(Talker)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위인이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한 세 가지 수사적인 요소, 즉 에토스 (Ethos: 인격, 인품), 파토스 (Pathos: 감성), 로고스 (Logos: 이성)를 잘 활용한 최고 수준의 호모 링구아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 요소의 중요성을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의 비중으로 보았다. 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토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 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과 소통의 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