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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Oct 11. 2021

토크 기초체력 키우기: 5W1H

토크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 그러나 현실 속의 내모습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그냥 무난한 성격, 무리에서는 별로 존재감 없는 무색 무취한 인간이 바로 나였다. 게다가 토크 울렁증 증세까지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거지?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그렇고 혼자서 답을 찾기에는 너무도 막막한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짧은 시간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었다. 이중 혹은 다중 인격의 소유자가 아니니 하루아침에 성격이 바뀔 리가 없다. 게다가 토크 능력이 갑자기 뚝딱하며 업그레이드될 일은 더더욱 없다. 그러니 애초부터 그냥 희망사항으로만 남겨질 수밖에 없을 일이었다.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 작가는 “생생하게 꿈꾸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했다. 내가 그랬다. 어느 순간, 나의 바람이 한 단계 진일보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학 시절, 학내 활동이 그 비상구였다. 멋모르고 도전한 학보사 기자 시험에 덜컥 합격하고 나에게는 새로운 문이 열렸다. 어찌 생각하면 '고난의 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의 문'이기도 했다. 토크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말이다.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도대체 기자와 토크가 무슨 관계가 있어?”라는 질문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토크란 정리된 생각을 우리의 입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정리에서 최고의 도구는 역시 글쓰기다. 기사는 뉴스를 전달하는 글로, 간결한 문체와 쉬운 단어로 사건의 핵심적인 사항을 서술한다. 사실에 기초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지극히 논리적인 글이다. 우리는 기사쓰기를 통해 글쓰기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기자들은 대면이나 전화, 서면 인터뷰 등을 통해 기삿거리를 모으고 육하원칙에 따라 기사를 작성한다. 여기서 육하원칙이란 5 W1 H, 즉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를 뜻한다. 


신문의 얼굴이자 뉴스 파트인 1면이 내 담당이었다. 육하원칙을 지키고, 철저히 사실에 기초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게 핵심이다. 보통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역피라미드형(reverse pyramid) 구조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는 독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도록 하고, 유사시 부족한 지면 관리를 쉽게 하는 장점이 있다. 여차하면 잘라버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기사의 내용에 따라 육하원칙이 모두 동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피라미드형이나 혼합형 같은 다른 구조를 쓰기도 한다. 


문장은 보통 3C 원칙이 기준인데, 여기서 3C란 정확성 (Correct)명확성 (Clear)간결성 (Concise)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하지가 않다. 기사 한편이 매끈하게 튕겨져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임계 질량의 법칙이 적용되곤 한다. 흔히 글쓰기에서 말하는 ‘양에서 질이 나온다’ 혹은 ‘쓰면서 생각하라’의 현실 적용으로 생각하면 된다. 

우선, 큰 틀에서 쓰고자 하는 방향과 주제가 정한다. 이는 주로 데스크와 기자의 역할로 중요도나 시의 적절 여부, 화제성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다음은 자료 수집 단계다. 직접 발로 뛰는 취재와 인터뷰, 신문이나 잡지, 또는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기사거리를 찾는다. 자료 준비가 끝나면 본격적인 기사 작성을 시작한다. 육하원칙과 3C원칙에 맞춰서 문장과 단어를 찢고 버리고 붙이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매만지다 보면 군더더기가 쏙 빠진 맵시 있는 글 한편이 탄생한다. 능력자나 경험이 풍부한 선임급 이라면 기사 한편을 순삭 해 버릴 테지만, 한창 모자라는 내공이라면 애꿎은 원고지에 화풀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어차피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아무튼 난 당시 기사 쓰면서 술, 담배,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던 기억이 있다.


기사 작성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다. 제목인 헤드라인과 기사의 첫 문장인 리드를 뽑아내는 작업이 그것이다. 헤드라인을 뽑아낼 때면 몇몇 최종 대상을 놓고 편집국장을 비롯한 전체 기자단이 참석하는 회의가 소집되곤 했다. 그만큼 존재감이 컸다. 쉽게 의견 조율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가끔씩 격렬한 토론이 펼쳐지기도 한다. 최종 결정은 편집국장의 몫이다. 리드는 해당 기사가 담고 있는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한 문장이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독자의 눈길을 잡아챌 수 있는 단어나 문구 선정이 관건이다. 갈길 바쁜 독자들을 낚아채는 일종의 미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리드다. 따라서 리드는 독자를 유혹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가끔 매력적이거나 자극적인 리드로 위장한 나쁜 기사가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역기능도 분명히 존재한다.'속았다', '낚였다'는 날 선 반응이 등장하는 이유다. 정리하면, 헤드라인은 리드를 압축해 놓은 것이고, 리드는 헤드라인을 풀어놓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사 작성을 위해 발로 뛰는 인터뷰 과정, 무한반복처럼 느껴지는 기사 쓰기, 매력적인 헤드라인이나 리드를 뽑아내는 작업 등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만약 5W1H의 원칙에 기초한 기사 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정확하고, 명확하고, 간결한 글쓰기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다. 이는 수사학의 로고스에 해당하는 이성적, 논리적 글쓰기 능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조리 있게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토크란 정리된 생각을 우리의 입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좋은 토크는 좋은 콘텐츠, 그 중에서도 좋은 글이 밑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면의 심연을 표현했든, 외면적, 객관적 사실에 충실한 서술이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훈련과 연습의 시간을 강제한다. 싫든 좋든 심지어 고통스러울지라도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영글게하는 절대 시간은 필요한 법이다. 나는 기사 쓰기를 통해 토커(Talker)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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