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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Nov 08. 2021

선택과 집중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는 비가 요란하게 자동차 창을 두드린다.

비바람과 어둠을 뚫고 달려온 오늘 아침 조회 토크의 주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일단 아직도 멍때리고 있는 듯한 모습인 직원들의 뇌를 깨우기 위해 퀴즈로 시작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스포츠 종목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 스포츠들 중에 가장 어려운 운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마라톤, 철인 3종 .... 여러 종목들이 등장한다. 문득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짜릿해던 나의 철인 3종 도전 기억들이 살짝 스쳐간다. 

잠시 뜸을 들이고는, "아마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꼽은 제일 어려운 종목이 바로 ‘야구’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것이 ‘날아오는 야구공을 때리는 일’이라는 데 동의하십니까?"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은 것이 내 말을 전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어떤 직원을 날 쳐다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기까지 한다. 마치 '에이 그건 아니지~!!'라는 의사 표현이다.

분위기는 띄웠고, 이제 본격적으로 썰을 풀 시간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테드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대 타자입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6번이나 타격왕을 차지한 선수로 1966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1939~196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면서 2292경기에 출전해 2654안타와 521홈런(역대 11위), 1839타점, 통산 타율 .344(역대 6위), 출루율 .482(역대 1위), 장타율 .634(역대 2위)를 기록했으니, 가히 타격의 달인이라고 불릴 만 했지요.


그런데 테드 윌리엄스가 진짜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는 ‘타격의 과학’이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야구라는 운동의 지혜와 기술을 집대성 시킨 인물로 더 유명합니다. 여러분은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의 속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아십니까? 보통 빠른 공과 느린 공의 경계선이 있는데 이게 얼마인지 알고 있는 분? (130km, 140km, .... 이 또한 의견이 분분하다) 보통 그 경계를 145Km (90마일)로 잡는다고 합니다. 높이 25.4cm의 투수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가 18.44m입니다. 시속 140~150km로 던졌을 때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대략 0.4초 (0.43~0.46초)라고 합니다. 보통 타자는 0.2초 후부터 반응합니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칠지 말지를 결정하고 배트를 휘둘러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투수의 공이 빠르면 빠를수록 타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해집니다. 타자가 판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은 2011년 신시내티 소속이었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 세운 106마일 (170.6km)입니다. 그리고 이는 야구 역사상 시속 170km를 넘긴 최초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이 선수 평균 구속이 100마일이라고 하네요. 이 정도의 속도라면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공이 지나간다는 소리지요. 과연 어떤 타자가 이걸 제대로 보고 맞출 수 있을까요? 논리적으로 따져본다면 그 어떤 타자도 이런 파이어볼러의 공은 맞출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선수의 방어율이 2~3점대 입니다. 흥미롭게도 세계기록을 세웠던 2011년 방어율이 3.60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테드 윌리엄스는 ‘야구공을 때리는 일’을 위해 좋은 눈과 엉덩이의 움직임, 좋은 배트와 궤적이 필요하다는 점을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야구의 논리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타격의 절반은 머리로 하는 것’이라는 구절입니다. 그는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2인치쯤 빠지는 공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스트라이크 존을 무려 35%나 넓혀주게 된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타격을 위해서는 ‘좋은 공을 기다릴 것을 강조했습니다. 


야구에서 3할 타자라면 대단한 선수로 인정 받습니다. 열 번의 기회 중 세번만 안타를 쳐 내도 엄청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아롤디스 채프먼이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진다 해도, 모든 공이 스트라이크가 될 수는 없습니다. 또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에 정확한 타점을 예상하고 있다면 공을 맞춰낼 확률 또한 높아집니다. 즉, 채프먼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좋은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배트를 내었기 때문에 1/3 확률을 올릴 수 있었던 거지요. 결국 야구는 상대방의 수를 내다보는 머리 싸움입니다.


이 이론이 다른 분야에 어떻게 적용 되었을까요? 여러분, 워런 버핏이 누구인지는 다들 잘 아시죠? 전설적인 투자자이면서 세계 최고의 자산가이자 자선 사업가입니다. 미국의 HBO의 다큐멘터리 ‘워런 버핏되기’에서는 테드윌리엄스의 야구 이론이 등장합니다. 그는 스트라이크 구역을 여러 개의 정사각형으로 분할시킨 윌리엄스의 방식을 빌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가 정말로 잘 치는 지점으로 들어오는 공만 노린다면 4할 타율을 기록했을 겁니다. 반면 구석으로 낮게 들어오는 공까지 친다면 2할 3푼 5리의 타율을 기록했을 겁니다. 투자의 비결은 치기 어려운 공들을 계속 보내고 치기 좋은 공만 기다리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전문적 지식과 기회가 만나는 ‘circle of competence(역량권)’에 속하는 기업에만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circle of competence란 ‘자신의 능력 범위’라는 의미로 자신이 잘 알고, 잘 하는 분야에 투자하라는 뜻입니다. 그는 이 방식을 통해서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회사 얘기를 해봅시다. 올해 수주와 매출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제 2021년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선 스트라이크가 되는 공에 집중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률게임에서 이겨야 합니다. 확률을 높여야 승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천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고정 고객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일단 견적 넣은 건은 절대 놓치지 않기, 될 만한 놈에게 집중하기 등등이 그 실천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테드 윌리엄스의 이론처럼 스트라이크가 될 만한 건, 즉 수주가 될 만한 프로젝트는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이유불문하고 반드시 수주를 받고야 말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일단 수주를 한 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정해진 일정 내에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합니다. 실수나 헛발질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한데 힘을 모으도록 합시다."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아마 좀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한국시리즈가 한창입니다. 어제 TV를 보는데, 야구장에 관객들이 가득 차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보기가 좋더군요. 이제 본격적인 ‘With 코로나 시대’이니 만큼 예전처럼 자유스러워 졌다고는 하지만 각자 좀 더 주의하면서 생활해야 하겠습니다."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날씨가 추워진다고 합니다. 

다들 몸 관리 잘하시고 오늘도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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