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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Jan 07. 2022

꼰대의 변명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고, 공개적으로 글을 쓰면서 가지게 되는 걱정거리 중 하나는 '혹시 내가 꼰대처럼 비치지는 않을까' 입니다. 잘 알다시피 꼰대란 선생이나 아버지 또는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입니다. 요즘은 이 단어도 세분화되어 ‘내가 누군 줄 알고’를 외치는 굉꼰이나 ‘젊은 꼰대’를 의미하는 젊꼰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인정합니다. 굳이 여러분이 확인해 주지 않아도 직책이나 나이만으로도 저는 꼰대가 분명합니다. 응당 내가 쓰는 글이나 내뱉는 말 역시 꼰대의 향기가 풀풀 풍길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의 입장에서 소심한 변명을 늘어놓아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바라보는 꼰대의 잣대는 여러분의 생각이나 기준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나이를 좀 더 먹고, 경험을 좀 더 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루한 자기 주장과 궤변을 늘어 놓는 찐꼰대를 변호하거나 합리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꼰대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이 품고 있는 ‘생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나만 옳고 너는 무조건 틀렸어.’

‘내가 아니면 안돼, 반드시 나여야만 해’

‘타인의 의견 따윈 내가 알 바가 아니야.’


오로지 내가 기준이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행동은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에 눈과 귀를 닫게 만듭니다. 타인의 생각을 받아 들일 줄을 모르니 남는 것은 아집뿐입니다. ‘다르다’를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없다면 어떤 이도 꼰대의 허들을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꼰대를 가르는 또 다른 기준으로 '배움에 대한 자세'가 있습니다. 이는 꼰대 진위 여부를 떠나 그 사람이 얼마만큼 오픈 마인드가 되어 있는가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나이는 젊지만 배움과 학습을 등한시 하는 이들을 종종 봅니다. 또 지긋한 나이임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도 봅니다. 나이, 직책을 불문하고 항시 새로움을 받아 들이고자 하는 이들은 생각 역시 상대적으로 훨씬 FRESH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도 저는 꼰대가 분명합니다. 저 역시, 공개 석상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꼭 개인 경험담이 부지불식간에 끼어 들곤 합니다. 최대한 조심한다고는 하는데 “우리 때는 말이야~”, “내 생각에는~ 그러니 이렇게 해” 등등 전형적인 꼰대 말투가 불쑥 불쑥 튀어 나오곤 하지요. 아직 배움과 수양이 부족해서 그런 듯 합니다. 올해는 마음을 새롭게 하고 전형직인 꼰대 말고 Fresh한 꼰대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볼까 합니다. 새해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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