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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Mar 01. 2022

'인화(人和)는 유리구슬'과 같습니다

맹자의 전쟁론에는 적과 싸우는 군대가 성을 지킬 수 있는 단계적 요소 세 가지를 제시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천시(天時)’로 하늘의 운세, 기상 조건 등을 말합니다. 이는 하늘이 나를 얼마나 도와주는 가를 의미합니다.


둘째는 ‘지리(地利)’로, 지형적 이점이나 물질적 조건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견고한 성이나 성 주위를 감싸고 있는 깊은 연못, 또 충분한 군량미와 우수한 무기는 전쟁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둘보다 더 중요한 세 번째 요소가 있습니다. 인화(人和)’가 바로 그 세번째 요소입니다. 아무리 천시와 지리가 월등해도 성을 지키고자 하는 병사들의 화합과 단결이 없다면 그 성은 사상누각, 즉 쉽게 무너지는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합니다. 뛰어난 기술력과 충분한 자금, 좋은 인재들을 두루 갖추고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인화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1


어떤 조직이던 직위가 있고, 직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엄연히 위계질서라는 원칙이 존재합니다.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군대를 우린 흔히 당나라 군대라고 부르지요. 또한 부모 자식 간, 혹은 형제 자매 사이에 위계질서가 엉망진창일 때 우린 그걸 콩가루 집안이라 손가락질합니다. 인화를 위해서도 위계질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 원칙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조직에서 인화는 가끔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때론 앞만 보고 돌진하는 열정과 추진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변의 동료를 살피고 적절한 대열을 유지하는 것, 협력과 대화를 통해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더 오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다시 말하자면, 아무리 위계질서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해도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배려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나이는 허투루 먹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살아온 연륜에 대한 서로 간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화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리더의 역할입니다. 리더가 제 역할을 못하는 조직에서 인화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비명을 질러대지요. 그러므로 만약 조직의 인화에 문제가 있다면 나 자신부터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통해 인화에 해를 끼친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해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모든 원인의 근원은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법이니까요.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는 유리는 깨지기 쉽고, 한번 깨지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대상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 깨진 조각의 날카로움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똑같이 그러합니다. 한번 상처난 사람의 마음을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화합과 단결로 이루어지는 '인화는 유리구슬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대상'입니다.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오월동주’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한 배를 타서 형제가 된다’는 뜻입니다. ‘평소 아무리 미워하는 사이라도 같은 배를 타고 운명을 같이한다고 생각하면 미움은 사랑으로 바뀌고 갈등은 화해로 바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요. 내가 소속되어 있는 가정과 조직, 그리고 사회와 국가에서 인화(人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나는 잘 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억합시다.

‘인화(人和)는 깨지기 쉬운 유리구슬과 같다’는 사실 말입니다.





*1. 참조: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박재희- '인화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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