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May 02. 2022

오늘 아침 출근길은 안녕하셨습니까?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뜬금없이 뭔 소리냐고요? 여러분은 아침에 출근할 때 무슨 일을 하나요? 어떤 생각을 합니까? 혹시 오는 도중에 뭔가 뜻하지 않는 광경과 접하는 경우는 없나요?


아마도 출근하는 방식은 다양할 겁니다.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과 동승할 수도 있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또 어떤 분은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기도 합니다. 운동 삼아 뛰거나 걷는 분도 있겠지요. 


그런데 출근 시간 동안 뭘 하는지 생각해 보면, 운전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라디오를 듣거나 음악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겠군요. 잠깐 눈을 붙이는 사람이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분도 있겠네요.


그런데 좀 특별한 광경과 접하는 경우는 없나요? 저는 출근하는 시간대 (보통 아침 6시 전후)에 종종 검은색 리무진과 대형버스, 중소형 차량으로 이어진 행렬과 마주치곤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한 대 마주쳤네요. 한적한 새벽 시간에 화장터로 길을 재촉하는 장의 행렬입니다. 서울 추모공원이 출근길 길목에 위치한 터라 잠깐의 신호대기 중에 1번, 심지어 2번 이상의 조우도 낯설지 않습니다. 특히 1년 중 유독 이 횟수가 늘어나는 시기가 있는데,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고 새순이 돋는 이른 봄이나 낙엽이 지는 늦가을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여파인지 그 숫자도 늘었지만, 시기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장례 행렬과 마주칠 때면 성호를 긋고 가볍게 목례를 올립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되뇌지요. ‘누구이신지는 모르나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잠시 후면 한 줌의 재로 변할 고인에 대한 제 나름의 예를 표합니다. 

사실 장의차만 봐서는 고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기가 어렵지 않나요? 언젠가 번쩍거리는 리무진 외관을 온통 화려한 꽃으로 장식을 한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긴 합니다. 그 순간 영화에서나 봄직한 임금님의 꽃상여가 뇌리를 스쳐가더군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 망자는 어떤 분이셨을까? 그분의 인생이 정말 화려했을까? 저 화려한 꽃 장식은 망자의 삶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표현일까? 아니면 남겨진 자들의 과시욕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장의차를 보면 재수가 좋다’라는 속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실 ‘삶과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네 인생이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나요? 저는 장의차를 보는 날은 반성하는 날일 때가 많습니다. 굳이 내 자존심 한번 드러내 보겠다고 아웅다웅, 아등바등했던 어리석은 내 행동들을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라고 다짐하지요. 


물론 현실에서는 또다시 반성할 일들을 수없이 만들고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거의 매일 아침이 반성과 다짐이 반복되는 나날입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반성하고 조금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좋은 운이 올 확률이 조금은 더 높지 않을까?’ 뭐 그런 억지스러운 자기 합리화를 내세우곤 합니다. 참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굳이 후세에 이름을 남길 만큼 잘나지 못했다고 인생을 잘 못 산 것은 아닐 겁니다. 또한 요란한 장식과 치장으로 내 차가 꾸며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 인생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겠지요. ‘다만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다’ 면 ‘그래도 내 인생 꽤나 잘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그룹 BTS의 LOVE YORESELF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등장합니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I’m learning how to love myself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내게 주어진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부터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떤 모습이든 간에.

매거진의 이전글 '인화(人和)는 유리구슬'과 같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