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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Jun 20. 2022

바다 수영과 수영장 수영의 차이점 2

구봉도 바다 수영 이야기

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장마가 지나면 본격적인 무더위에다 여름휴가 시즌이 코앞이 되겠군요. 그래서 오늘은 많은 분들이 여름 하면 가장 기대하는 바다수영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아마도 수영 좋아하시는 분들, 몸짱이신 분들은 여름을 몹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끝자락에 가면 구봉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이곳은 수영동호회에게는 바다 수영의 성지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구봉도 바다수영 주차장 해변에서 출발해서 개미허리, 등대 등을 거쳐 섬 한 바퀴를 도는 코스가 거리로 따지면 약 4Km 정도 됩니다. 그런데 파도가 높거나 비바람이 치는 날은 입수가 불가하고, 또 간조 만조 시간에 맞춰 입수를 해야 하는 등 제약이 따릅니다.


입수 시에는 대부분 여러 명이 짝을 지어 움직이고, 전신 슈트를 착용합니다. 슈트는 체온을 유지시키고, 몸에 부력을 주어 물위에 뜨게 하는 역할을 하지요. 바다 수영을 하다 보면 갑자기 물 온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해류가 변화하는 지역으로 이럴 때 슈트가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해서 체온 유지를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뿐만 아니라 해파리와 같은 수중 생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또 발목에는 구명튜브와 연결된 줄을 매답니다. 유사시 구명튜브를 의지해서 물 위에 떠 있거나, 물 밖으로 헤엄쳐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비상 도구인 셈이지요.


수영하다 보면 자주 발생하는 사고로 다리에 발생하는 경련을 들 수 있습니다. 한번 다리에 쥐가 나면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몸이 가라앉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데, 쥐가 나면 당황하게 되고, 자칫 익사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바다 수영에는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많습니다.




저는 수영장 수영과 바다 수영의 차이점, 나아가 바다 수영을 기업 운영에 연관지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크게 다섯 가지 항목 정도로 정리가 되더군요.


첫 번째로, '철저한 준비'입니다. 

평소 수영 연습을 통해 충분한 체력이 갖춰져 있어야 함을 말할 것도 없고, 입수 전 준비운동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강한 체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가 없지요. 우리의 로망인 S자 곡선의 환상적인 몸매나 복근에 왕자를 새기려면 기본부터 제대로 배우고 오랜 시간 동안 쉼 없이 근육을 단련시켜야 가능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은 연습하는 곳이 아니라 실전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총만 없었다 뿐이지 매일 치열한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다는 뜻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단련을 거듭해서 철저히 준비해야 조직의 강인한 체력이 길러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일단 유사시에 대비'해야 합니다. 

바다에서는 구명 튜브, 슈트, 비상 도구 같은 것이 있겠지요. 제 지인 중에 남해의 섬과 섬 사이를 헤엄치다 바다 한가운데서 다리에 경련이 발생한 분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아마추어 수영선수로 활동할 정도의 상당한 실력 보유자였으니 ‘그까짓 것’ 했겠지요. 슈트나 구명 튜브도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급박한 상황이었을까요? 다행히 비상용으로 수영복 비상 포켓에 넣어 두었던 면도칼로 다리를 그어 피를 빼고서야 다리 쥐가 풀려 목숨을 건졌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구명 튜브, 슈트, 비상 도구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가장 중요한 예로 자금을 들 수 있겠지요. 기업이던 가계던 한동안 잘 나간다고 펑펑 써댔다가는 한 순간에 폭망 할 수 있습니다. 자칫 유동성 부족이라는 위기 상황에 몰릴 것이고, 요즘과 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자금, 인력, 자재 등 핵심 자원에 대한 관리 역량을 키워야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정보'입니다.

수영장이야 아무 때나 가서 수영할 수 있지만 바다 수영은 앞에서 얘기했듯 입수하기 전에 날씨, 조수간만 관련 정보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걸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는 자칫 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습니까? 최근 많이 들리는 4차 산업혁명이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니, 스태그플레이션이니 온통 어렵고 골치 아픈 이슈들이 우리를 고단하게 합니다. 따라가자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그냥 있자니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걱정과 근심만 늘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정보에 눈과 귀를 막고 있다가는 어느새 몰려온 거센 폭풍우에 그대로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항상 정보에 관심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대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네 번째는, '힘 조절'입니다. 

바다 수영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힘 조절을 들 수 있습니다. 넘치는 혈기로 호기롭게 먼바다를 향해 헤엄쳐가는 것까지는 좋지만 반드시 돌아올 힘은 비축하고 있어야 합니다. 헤엄쳐 나가긴 쉬워도 해류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는 더 힘이 들기 때문이지요. 힘 조절 못하고 멀리 나갔다가 자칫 조수간만이나 이안류 같은 해류의 흐름에 휩쓸리면 며칠 뒤에 중국이나 일본에서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 운영도 같은 이치입니다.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잘 나가거나 힘이 넘친다고 절대 무리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과감해야 할 때를 그냥 패스하자는 얘기가 절대 아닙니다. 공격적으로 치고 달릴 때와 수비에 치중하여 지킬 때를 잘 아는 현명함을 갖자는 의미입니다.


다섯 번째로, '방향을 잃지 않는다'입니다. 

수영장에서는 바닥 라인이나 물 위에 떠있는 레인을 보면서 수영을 하므로 직진이 어렵지 않지요. 하지만 바다에서는 물속이 온통 뿌옇거나 검회색이고, 주변에 기준으로 삼을만한 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똑바로 나가려면 6~8 스트로크에 한 번 정도는 고개를 들고 방향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이게 초보자들에게는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러 명이 대열을 유지해서 함께 움직이는 것도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수영을 잘하고 지리를 잘 아는 리더가 선두에 서면 2인 1조로 대열을 이루고, 거리를 유지하고 속도를 맞추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마찬가지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주변 상황과 지형지물을 잘 파악하고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원들이 리더들을 믿고 따를 수 있을뿐더러 조직도 방향성을 잃지 않습니다. 맨 앞에 선 리더가 큰 방향을 잡고, 중간과 끝에 자리하고 있는 리더들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조직원들이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와 대오를 유지하도록 만듭니다.


오늘은 곧 다가올 휴가 시즌, 우리가 꿈꾸는 바다에서의 바캉스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시라는 의미에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 조직이 변화무쌍한 바다 같은 환경에서 잘 헤엄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저의 단상을 여러분께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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