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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Sep 18. 2022

숙살지기

원칙과 변칙은 공존하고 상생한다

여러분은 숙살지기라는 고사 성어를 들어보셨습니까?


숙살지기(肅殺之氣)는 가을의 쌀쌀한 기운을 말합니다. 원래는 살(殺)에서 풍기듯 사물을 죽이는 기운입니다. 이는 만물의 성장을 멈추게 하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에너지를 거두며 저장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살리는 기운 이기도 합니다. 가을이 되어 쌀쌀해지면 나무는 본능적으로 가지와 잎으로 가는 에너지를 차단하여 열매를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선택과 집중인 셈이지요. 에너지 공급이 차단된 잎과 초목은 서서히 말라죽게 되고, 낙엽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며 감성에 취하고, 낙엽 밟는 정취를 즐기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나뭇잎들의 사체를 밟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셈입니다. 잎과 초목들이 썩으면 영양분이 되어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그 영양분은 다시 뿌리로 흡수됩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아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자연에서 숙살을 주관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바로 계절의 변화이고, 더 엄밀히 말하면 바로 햇살입니다. 가을 햇살은 대지의 모든 곳을 비추어 곡식이나 열매는 익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잇게 하고 쓸데없는 죽정이는 죽여 버립니다. 그래서 흔히 가을 햇살을 숙살지기로 비유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가을 햇살을 숙살지기라고 할까요? 여름 햇살과 생각해보면 가을 햇살과의 차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여름은 햇살이 뜨겁지만 습기 또한 많아서 겉에서부터 덥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여기서 겉이란 피부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열을 땀으로 배출하며 체온을 조절합니다. 


이에 비해 가을 햇살을 뜨겁지만 습기가 적어 덥다, 뜨겁다는 느낌보다 강렬하다, 따갑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래서 가을 햇살은 피부 표면 속을 파고 들어와 내부를 익힙니다. 다시 말해서, 가을 햇살은 열매를 더 단단하게 하고 열매 표면을 관통하여 열매 속을 골고루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실 가을 햇살이 여름 햇살보다 더 무서운 힘을 가졌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추석 연휴가 끝나 복귀해서 보름 정도 후면 4사 분기가 시작됩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입니다. 전 세계 경제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시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남아 있는 올해 4사 분기에는 크게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는, 숙살지기인 가을 햇살처럼 열매를 맺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완료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영양가가 떨어지는 죽정이는 과감하게 제거하고, 알찬 열매를 맺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둘째는, 올해 말 또는 내년에 이루어질 새로운 프로젝트를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보통 씨를 뿌리는 행위는 이른 봄에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씨를 뿌리고 싹이 피기 오래전부터 씨를 품을 땅은 비옥해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손자병법 많이들 들어보셨지요? 손자의 奇正(기정) 사상에서 기(奇)는 특수부대를 의미하고, 정(正)은 정규 부대를 뜻합니다. 즉, 보통 군대를 운영할 때는 두 부대를 동시에 운영한다는 뜻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수한 기업에서 전략기획부서의 지휘 아래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을 세워 운영하는 이유도 기정, 즉 특수부대와 정규부대를 동시에 가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략과 전술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이란 원칙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전술은 변칙입니다.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특수부대와 정규부대, 다시 말해서 원칙과 변칙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승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국내외 경쟁사들과 벌이는 수주 과정도 똑같습니다. 누구든 이기지 못하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계속해서 이기지 못하면 그 조직은 존재 의미는 상실하고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됩니다. 


원칙이 꽃이라면 변칙을 열매입니다. 그리고 원칙과 변칙은 공존하고 상생합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원칙과 변칙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승리는 전략(원칙)만 가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상황 변화에 맞춰 전술(변칙)을 구사할 줄 알 때 달성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여러분 모두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2022년의 남은 시간들 잘 보내시고, 달콤한 열매로 보답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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