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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Sep 28. 2022

핫도그 가게 주인은 매일 핫도그만 먹고 살까요?

치즈스테이크와 핫도그

'핫도그 가게 주인은 매일 핫도그만 먹고 살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밥도 먹고, 샌드위치도 먹고, 면도 먹고살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잘 알고 흔히 치즈스테이크라는 이름을 가진 샌드위치의 탄생도 사실은 이런 과정 속에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누구나 특별한 시기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한두 개쯤 있을 겁니다. 추억의 음식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그 이유가 음식 맛 때문일 수도 있고, 함께 먹었던 사람 때문일 수도, 또는 다른 특별한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즐겨 먹었던 떡볶이와 어묵이 생각납니다. 단골이던 그 집의 떡볶이와 양념에 찍어 먹던 어묵맛은 지금도 어슴프레 기억이 납니다. 


나이가 좀 든 후를 생각해보면, 지금부터 약 15년 전에 제가 잠시 살았던 미국 필라델피아에도 유명한 음식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살거나 관광차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맛을 봐야 하는 필수 음식이지요. 그 이름은 바로 치즈 스테이크입니다. Philly Cheese Steak라 불리는 이 음식은 얇게 저며진 소고기와 양파, 피망을 함께 철판 위에서 볶고, 살짝 양념을 더한 뒤 치즈를 얹어서 먹는 길쭉한 샌드위치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서브웨이 같은 곳에서 맛볼 수 있는 샌드위치와 유사합니다.


Philly Cheese Steak는 1930년대에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처음 개발되어 지역의 명물이 되었지요. 그리고 처음 탄생한 지역 이름을 따 Philly Cheese Steak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사랑을 받게 됩니다. 이걸 처음 개발한 두 형제는 원래는 핫도그 가게를 운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치즈 스테이크를 상품화시키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점심으로 만들어 먹던 것을 우연히 맛본 어느 택시 기사가 이를 상품으로 팔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덕분에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가게 이름이 Pat’s King of Steaks입니다. 9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가게 앞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섭니다. 또 그 주변에도 비슷한 수많은 샌드위치 가게들이 성업 중입니다. 하지만 이 가게 앞에 늘어선 줄 길이가 단연 발군이지요. 도대체 무엇이 이 샌드위치 가게를 특별하게 하고,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게 하였을까요?


아마도 이 가게가 유명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원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각 지역의 유명 음식점들을 보면 원조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등장합니다. 너도 나도 원조를 주장하니 도대체 어떤 음식점이 진짜 원조인지 알쏭달쏭한 경우가 많지요. 그럴 땐 사람이 가장 많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에 가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주변에 아무리 많은 유사 업체가 있어도 이 원조라는 타이틀의 위력은 대단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이를 또 기가 막히게 알고 찾아갑니다.



또 다른 음식 얘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얼마 전 1년에 핫도그를 30억을 팔아 부자가 된 사람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말이 30억이지 도대체 핫도그 몇 개를 팔아야 1년에 30억을 벌 수 있을까요? 넉넉하게 잡고 핫도그 세트메뉴로 만원을 잡아도 30만 개를 팔아야 하고, 1년 내내 쉬지 않고 일해도 매일 822개를 판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분은 영국에서 요식업을 하는 분인데, 동네의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30억 원어치를 팔게 된 데는 특별한 비결이 있었습니다.


그가 처음 가게를 오픈할 때, 주변 상권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추측하다시피 핫도그라는 제품이 그리 비싸다거나 마진이 많이 남는 제품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미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권의 후발주자라는 핸디캡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몇 가지 특별한 영업 기준을 세웠다고 합니다. 


“최대한 음식 소싱을 퀄리티 높은 걸로 하고, 무조건 다른 가게보다 10% 싸게 판다” 가 그 기준이었습니다.


음식 순환이 빠르니 재료가 신선할 수밖에 없고, 구입하는 양이 많으니 원재료 구입비용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싸다고 고객이 줄을 많이 서면, 조금만 더 비싸게 받아도 마진 차이가 엄청 날 텐데도,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답니다. '음식 퀄리티가 좋고, 맛이 있고, 가격이 다른 곳보다 싸면 장사가 안될 수가 없다'는 신념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주변 경쟁사보다 마진이 좀 적더라도 많이 팔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이 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 거지요.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좀 더 긴 호흡과 시각을 갖고 사업을 하다 보니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은 이 두 사례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이건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닐까요? 이걸 내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비교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나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퀄리티가 좋고, 가격이 저렴하면 영업이 안될 수가 있을까요? 모든 비즈니스의 이유는 적절한 이익을 내면서 유지하고 발전하는 겁니다. 


이 핫도그 가게 사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답니다. 

“좋은 제품을 / 자신이 이익을 다 먹지 않고 / 사는 사람에게 이익을 남겨주면 / 안 팔릴 수가 없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내 제품이 안 팔리는 이유가 나옵니다. 

“좋다고 과신한 내 제품을 / 이익을 과도하게 계산한 후 / 사는 사람의 이익이 없게 내놓고 / 마치 고객에게 최선의 제안을 한 것처럼 포장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을법한 평범한 진리가 실제 현실에서 쉽게 망각되는 않는 이유는 사람의 욕심이나 감정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판단착오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요즘 구매자는 상당히 현명합니다. 구매 전에 이미 모든 자료를 검색하고 많은 사실을 인지한 후 구매에 나섭니다. 기술과 시장을 잘 알고, 돈도 있는 현명한 고객들은 언제든지 새로운 구매처를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한번 마음이 떠나간 고객을 다시 찾아 오기는 새로운 고객을 찾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오늘은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치즈스테이크와 핫도그를 떠올리며 비즈니스의 기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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