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Oct 19. 2022

사일로 효과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기

자, 우선 그림 몇 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 그림 속에 있는 구조물들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라 생각합니까? 이 구조물들은 주로 곡창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습니다. 이들은 곡식이나 목초를 저장하는데 사용되는 구조물로 샤일로라고 불립니다.


다음의 이미지는 신문이나 잡지에 등장했던 일종의 만평 입니다. 물음표가 있는 걸 보니 어떤 고객이 질문을 하고 있는 모습이군요. 그랬더니 한 사일로에서 이런 답변이 나옵니다. “미안하지만 그건 우리 부서 책임이 아니야”. 또 다른 샤일로에 나온 답변은 이렇습니다. “난 1도 모르겠어. 다른 부서에 가서 알아봐”. 세 번째 사일로의 답변은 또 어떨까요? “우린 당신을 도울 수가 없어. 우리 문제가 아니거든.”

어떻습니까? 주변에서 흔히 보던 모습 아니던가요? 우리는 이를 부서 이기주의라고 합니다. 이처럼 부서 이기주의와 팀 간의 장벽을 ‘샤일로 효과’라고 부릅니다. 샤일로는 원래 곡식과 목초를 저장하는 길쭉하고 밀봉된 원통형 구조물을 말합니다. 그런데, 부서간에 협력하지 않고 서로 자기 이익만 주장하는 모습이 마치 샤일로와 닮았다고 해서 샤일로 효과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지요? 얼마 전 모 부서에서 업무상 발생한 문제로 니탓내탓을 하며 한동안 시끌벅적 했었습니다. 조직의 체계가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하다면 아주 사소한 문제였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서로 따지고 들더니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져 서로에게 상처를 줘가며 아웅다웅하더군요.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을까요?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얼마던지 이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견을 해소하는데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든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기 쉽습니다. 그런데 감정이 앞서면 일은 전혀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은 일대로 꼬이고, 감정은 감정대로 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명하게 일도 잘 하고, 사람도 잃지 않는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벌인 직장인 대상 조사에서 “한국기업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개인과 부서 이기주의”가 32.1%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 샤일로 효과입니다. 


조직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그리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샤일로 효과는 어디서나 존재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회사 전체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보다 자신이 속해 있는 부서나 팀, 또는 자신이 맡은 업무를 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실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다른 부서나 사람의 업무는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협업도 잘 안되고,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남 탓하기 바쁘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앞으로 인사고과나 급여책정을 할 때 개인의 업무 성과에 타 부서나 팀과 얼마나 협력을 잘했는지, 그리고 회사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근거로 평가를 하면 됩니다. 어쩌면 지난편에 언급했던 메이난제작소의 차원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지 않나요? 


어쨌거나 이기주의에 빠져 다른 부서나 팀, 개인과 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책임 미루기를 하는 사람, 또한 3불, 즉 불통 불평 불만으로 가득 찬 임직원이라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골칫덩이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조직원에게는 명확하게 경고성 메시지를 줌과 동시에 이와 반대로 협업과 소통을 통해 좋은 성과를 올리는 임직원에게는 분명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조직의 체질을 바꿔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더 큰 공동의 목표와 경쟁상대를 깨닫고 합심해서 나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일로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안이 아닐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지시와 요청’ & ‘명령과 부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