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Oct 11. 2022

‘지시와 요청’ & ‘명령과 부탁’

메이난제작소의 차원제

‘지시와 요청’이나 ‘명령과 부탁’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아마도 요청과 부탁은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자의적인데 반해 지시나 명령은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느낌이 있지 않나요?


우선 여기엔 두 명 이상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당연히 메시지를 전하는 이와 그걸 받는 이겠지요. 그런데 메시지를 전하는 이의 의도와는 달리 그걸 받는 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딴판이 될 수가 있습니다. 특히 메시지를 전하는 이가 조직에서 직책 상 하위에 있는 직원이라면 이는 맡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상당한 애로사항일 수도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PM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하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연계 부서의 담당자가 하나같이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분들이라면 일하기가 참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 PM은 요청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지시로 받아들인 상사가 그 요청을 깡그리 무시했다면 그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왜 어떤 사람이 요청 혹은 부탁을 했는데, 상대방은 그걸 지시나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가 핵심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까? 


여러분은 “PM으로서 일을 진행하기 위해 업무상 필요한 요청과 부탁을 한 것이고, 또는 이는 회사일이므로 누구든 당연히 협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십니까? 틀린 말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협력이나 협조를 받아내지 못했다면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어긋났거나 풀어내는 방식이 미숙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를 단순히 직책의 높고 낮음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나보다 지위도 낮은데 요청이나 부탁하는 태도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대충 처리하는 상급자라면 조직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똑같은 성격이나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나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린 너무 쉽게 잊고 삽니다. 주변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나의 태도나 말투, 성격에서 보완할 점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는 뜻입니다. 만약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의적,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리더가 될 잠재력을 갖춘 인재가 아닐까요?




일본에는 유난히 제작소라는 명칭을 가진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메이난제작소라는 일본의 중소기업은 전기톱, 대패 같은 목공용 기계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1953에 설립이 된 업체로 특허와 실용신안이 천 여건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목공용 기계를 만드는 강소기업입니다. 제가 이 회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두 가지 이유는 첫 번째로 공부하는 회사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차원제라는 특이한 사내 평가 기준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이 모여 물리학 공부를 합니다. 끊임없이 특허와 실용신안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이유인 차원제입니다. 이는 저에게 평가 기준이나 리더십에 대한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차원제에는 0.5차원에서 5차원까지의 레벨이 있는데, 기존의 연공서열과 직급을 없애고 능력 위주로 급을 나눈 혁명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분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회사의 방식을 살펴보면, 차원제의 분류 기준은 단순히 직급이나 나이가 아닙니다. 직급은 높은데 주변 사람들을 이끌거나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낮은 차원에 속할 것이고, 비록 나이가 어리고, 직급도 낮지만 사람들을 이끌고,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높은 차원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겁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1~2차원적인 부장이나 차장이 나올 수도 있고, 3~4차원의 능력을 가진 과장이나 대리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 핵심이 무엇일까요? 이 회사에서 지향하는 차원제란 ‘인간적, 그리고 업무적으로 얼마나 성숙한 지, 또 회사와 팀에 얼마나 기여를 하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높은 차원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 결국 조직의 리더로 성장할 겁니다. 회사도 끊임없이 그런 인재를 찾고 성장시켜 조직을 이끌어 나가도록 만들어야 하겠지요. 그래야 조직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위한 노력은 정말 다종 다양하고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와 내가 속한 조직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안은 과연 무엇일지…… 깊어가는 가을, 고민도 함께 깊어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균형 있는 삶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