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벼락치기 전문이다? 아니 속성 선호파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진행하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란 뜻이다.
수년전 자전거를 타다 큰 사고가 나고, 두 번의 어깨 수술을 경험했다. 그 후 재활훈련 차 시작한 PT를 수개월 하다 이런저런 핑계로 관둔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최근 PT를 담당했던 헬스 코치의 나에 대한 평가를 다른 이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의 기분은 뭐랄까? 좀 묘했다.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솔직이 한편으로는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왠지 나의 본캐를 들켜버린 듯한 기분이어서 그랬을까?
“격한 운동을 할 때 느끼는 쾌감을 알아버린 사람은 절대 오랜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운동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헬스가 격한 운동이 아니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한테는 완전 새로운 세상이라 할 수 있는 수영, 자전거, 달리기의 격한 운동 세트를 한꺼번에 몰아치는 철인경기의 쾌감에 눈을 뜬 나의 성정 상 헬스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특히 재활운동은 더더욱 그랬다. 긴 시간 끊임없이 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운동에 구슬땀을 쏟으며 아드레날린을 뿜 뿜 해야 “야~ 오늘 운동 좀 했네”라고 생각하는 내가 찔끔찔끔? 힘을 쓰는 운동은 영 내키지 않는 일이다.
이는 내가 골프라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와도 일치한다. 공 한번 치고 한참을 걷고, 또 한 번 치고 또 걷고…… 이거야 원 감질나서……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건 내 스타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다 최근 업무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골프채를 들고 연습을 시작했다. 기본적인 똑딱이는 대충 건너뛰고 내 맘대로 막무가내 골프채를 휘둘러 대니 당연히 잘 될 리가 없다.
코칭이라도 제대로 받았다면 좀 나았을까? 한데 내 코치는 You선생이다. 너튜브 보고 혼자서 스타일을 만들어 갔다. 역시 나답다??? 일명 무대뽀 스타일. 그렇게 한참을 휘둘러 대었더니 땀이 꽤 나길래 그래도 운동은 좀 되는구나 싶었다. 그나마 정타로 공을 좀 맞출 수 있게 되자 은근한 근자감이 또 말썽이다. 그렇게 얼렁뚱땅 준비해서 나갔던 필드에서 잃어버린 공이 부지기수다. 어떤 때는 헛스윙을 해대는 드라이버는 생략하고 아이언 하나만 갖고 전 코스를 돌기도 했다. 그래도 오기는 있어서 주구장창 연습을 하다가 덜컥 어깨며 팔꿈치에 근육통이 와서 한동안 채를 잡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기는 하다. 착각인가?
좀 된다 싶으면 더 잘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던가? 슬그머니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코칭을 받아 볼까 하는 마음이 슬쩍슬쩍 들기는 했다. 그런데 헬스 코치의 말이 옆구리를 찌른다.
“단계별로 배우는 코칭 말고요 그냥 원타임 레슨을 받으세요.”
‘그래 내 성격 상 똑딱이부터 제대로 하라고 시키면 아마 견디지 못하고 골프 때려 친다 그럴 거야. 차라리 다 생략하고 내 스타일에 맞는 맞춤형으로 가는 게 맞을지도 몰라.’
일단 머리부터 들이밀고 밀어붙이는 이런 나의 성격.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까지것 뭐 어때 싶기도 하다.
‘그까이꺼 인생 뭐 별거 있나.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내 맘대로 재밌게 살다 가면 그만이지.’
그나저나 이번 필드에서는 또 얼마나 골프공을 잃어버리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