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Nov 29. 2022

세면대 하수구가 막혔다. 내 기분도 그렇다.

꽤 오랜 시간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내 사무실의 꽉 막힌 세면대 하수구 얘기다.


너튜브에서 얻은 팁으로 며칠에 걸쳐 독한 약품을 쏟아 붓기도 하고, 뚫어뻥으로 펌핑을 하다 화장실 바닥을 흥건히 적시기도 했다. 막힌 구멍을 한방에 뚫는다는 긴 파워 스프링을 구입하여 쑤셔보기도 여러 번. 한동안 좀 나아지나 싶더니 여전히 답답함을 야기하며 내 속을 박박 긁어 대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하다보니 수 주가 훌쩍 지나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관리 전문가에게 슬쩍 보였더니 단박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해결책이란 배관 윗부분을 통째로 교체하는 것.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한 건데…… 우이 씨! 어떻게든 있는 그대로 고쳐보겠다고 애써왔던 내 노력과 시간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안 되는 걸 붙들고 스스로 고쳐 보겠다던 나의 똥고집에 경종을 울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냥 통째로 바꿔 버리면 되는 건데. 왜 쓸데없는 고민에 시간을 허비했을까? 처음부터 잘 아는 사람에게 문의했다면 이런 식의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왜 그랬을까?


미련이었을까? 아니면 궁상인가? 그도 아니면 티끌 같은 자존심이나 아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문득, 다른 고민들이 우후죽순 고개를 쳐든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개인의 삶에서…… 심지어 최근에 시동을 걸었다가 내 맘대로 되질 않아 머릴 싸매고 있는 골프란 놈까지. 안되면 진즉에 포기하던지 아님 통째로 갈아엎어 버리던지, 그도 아니면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면 되는 것을 나는 뭘 그리 사서 고민하는 걸까? 


물론 그중에는 대안을 찾거나 교체가 쉽지 않은 사항도 분명 있다. 또 고민해도 답이 없는 그런 문제들 역시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내 능력 밖의 문제로 지나치게 고민하지는 말자. 미련과 아쉬움에 놓지 못하는 많은 것들, 이젠 좀 내려놓아야 할 듯싶다. 굳이 ‘비워내어야 채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애써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단어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이클, 주기, 파동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