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인재인가?
리서치 차 자료를 뒤적이다 문득 한 문장에 시선이 꽂혔다.
‘한 종류의 생물에서 다른 형질을 가진 개체를 상호 교배시키는 것이나
다른 종의 생물 사이에서 교배시키는 것’
'이종교배'다. ‘접종교배(hybridization)’또는 ‘크로스(cross)’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용어는 우리의 현실세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실 말이 좋아 ‘이종교배’지 실상은 ‘잡종’을 말함이 아니던가?
특히 생물학에서 이 용어의 입지는 꽤나 단단하다. 라이언과 타이거의 교배에서 탄생한 라이거나,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이루어진 노새나 버새도 그렇고, 소와 아메리카 들소 사이의 잡종인 버펄로도 동일 범주에 속한다. 이리, 코요테 등도 개과 잡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한라봉이라 부르는 감귤도 사실은 일본에서 키요미과 폰칸을 교배하여 육성한 데코폰이라는 품종이 현해탄을 건너면서 바뀐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종교배를 시도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혹자는 더 강력한 품종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라 말한다. 이종교배로 인해 태어난 후손들이 대체로 더 건강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는 게 통용되는 이론이다. 이는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인위적인 이종교배가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논리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종교배가 언급되는 분야의 범주가 생물학에만 한정되지 않고 상당히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요리사 조엘 로뷔숑은 “프랑스 요리는 프랑스적 기질의 작품, 이종교배 문화의 산물이다”라고 했고,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의 저자인 한승원은 “이종교배가 글쓰기의 최고 비법이다”라고까지 했다. 글쓰기의 최고 비법이 혼혈종을 만드는 것이고, 가장 강한 종이 혼혈종이라는 게 그의 주장인 것이다.
교배와 같은 듯 다른 의미인 결합이라는 용어도 있다. ‘이종교배’가 아니라 ‘이종결합’인 셈이다. 휴대폰이 인터넷과 만나고, TV가 쇼핑과 결합하며, 전통적인 굴뚝 산업이 IT의 날개를 다는 세상이다. 진화의 방향과 경계를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을 주창한 장동련, 장대련 교수는 이 같은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는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그들은 “미디어, 장르, 학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맞물리고, 교배하는 환경에서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상을 포용하라”고 주창한다.
이른바 '융합'이 사회 전반에 걸쳐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다. ‘융합’이 강조되는 세상에서 글로벌 인재의 기준 역시 ‘융합형 인재’로 변화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리포트 2013 ‘융합형 인재의 조건’에서는 “융합형 인재란 단순히 여러 분야를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만의 새로운 방법으로 일하는 인재를 의미한다”고 적시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던 시절에서, 여러 분야에 잡학 다식해야 그나마 전문가 대접을 받는 시기를 지나, 이제는 분야를 넘나들며 섞고 접목시켜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가져야 미래형 인재로 대우받는 세상이 된 셈이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언제까지 눈을 닫고 귀를 막고 살 수 있을까? 나의 자리는, 내 회사는, 우리가 속한 이 산업은, 우리 사회와 나라는…… 과연 안전할까…? 언제까지…? 만약 이와 같은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꼭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사안이 있다. ‘미래 직업의 모습은 불확실성과 변화’라고 언급한 제이 로제프 스키 미국 조지아대 교수가 언급한 '현존하는 많은 직업들이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무대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아직까지는 주류로 인정받고 있을지는 몰라도 다가오는 미래에서는 시나브로 사라질 운명으로 낙인 찍힌 직업들. 만약 당신의 현재가, 혹은 당신이 그리는 미래가 그 직업군 중 하나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당신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어느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인재보다는 여러 분야를 두루 걸친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융합형 인재’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것이란 미래 예측은 우리에게 큰 화두를 던진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어떤 인재인가?"
그리고 "융합형 인재라는 눈앞의 현실에서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자기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