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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Apr 20. 2023

만약 내가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다면?

다가올 미래를 이미 알고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삶을 살고자 할까?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으로 그려 봤음직한 판타지 소설 같은 얘기다.


지난해 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는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사실 '회, 빙, 환'으로 요약되는 ‘회귀’나 환생’, ‘빙의’는 웹소설이나 웹툰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인기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뻔하디 뻔한 놀이판에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 신나게 얻어터지고, 깨지는 대상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다는 재벌이나 권력자들 같은 강자들이라 대리만족을 느끼는 점도 분명히 있을 듯하다. 또한 ‘인생 리셋’이라는 주제가 주는 카타르시스도 한몫을 단단히 한 것으로 보인다. 내 인생이지만 실상 내 맘대로 되지도 않고, 그리 녹녹하지도 않은 빡빡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또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단순히 선과 악, Protagonist vs. Antagonist의 접근에서 ‘미래를 아는 능력’이라는 도깨비방망이를 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교묘하게 변형된 현대판 슈퍼히어로의 탄생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전지전능한 신의 영역이다. 복수라는 주인공 행위의 정당성 여부는 차지하고라도 사실 그가 가진 능력은 스포츠 경기로 보면 반칙이다.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비슷한 파워의 무기를 갖고 싸우는 공정한 싸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만화적 상상력과 창의력에 딴지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 역시 충분히 즐겼으니.


‘미래를 아는 능력’. 과연 이보다 더 큰 능력이 있을까?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이미 알고 있는 미래 정보를 적절히 활용해서 어린 나이에 분당 땅으로 큰돈을 벌고, 이 돈을 다시 달러로 바꿔 공전의 히트를 친 각종 유명 미국 영화나 아마존 같은 유망 기업에 투자한다.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많은 달러를 보유한 인물이 되었다. 또 인터넷 버블이나 911 사태로 인한 주식 폭락장을 기회로 목표했던 기업을 M&A하고, 자신의 구역을 획기적으로 넓힌다.


실제 역사적으로 벌어졌던 사건, 사고들은 드라마 스토리와 교묘히 결합되어 극의 사실감을 높이고, 관객의 흥미를 더하게 만드는 장치로 사용된다. 대한민국의 3김시대와 대통령 선거, KAL기 테러 사건, IMF 사태, 911 테러,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신화 등등 한때 국내와 전 세계를 뒤 흔들었던 각종 사건, 사고들의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에게는 아픔과 고통으로, 어떤 이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졌을 수도 있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겐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을 테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기억 중 하나가 911 사태다. 그건 아마도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고 현장을 직관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뉴욕에 있는 대학에 다니던 학생 신분으로 만약 사고가 나던 날 다운타운 쪽에 위치했던 학교에 조금 일찍 갔었다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 스토리가 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후 수업 덕에 속보로 전해지는 방송으로 처음 이 사태를 접했고, 집이 있던 뉴저지 쪽에서 허드슨강 너머로 불타고 무너져 내리는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바라볼 때의 충격과 공포는 엄청났었다. 


엄청난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내가 살던 동네 주변까지도 가득 찼고, 온종일 불자동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중심부에서 어떻게 이런 엄청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충격적이었지만, 내가 사는 바로 옆 동네에서 이런 대형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가슴 졸였던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만약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내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했을까?’ 이런 부질없는 상상을 잠시 해보긴 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인간 아닌가. 결국 ‘내가 아는 만큼 보인다.’가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나의 세상이란 얼마나 좁디좁은 것인지,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이런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일 아닐까? 그리고 오늘,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시도하는 것이 아닐는지.


Nowhere과 now here의 의미. 

모두 잘 알다시피 이는 ‘어디에도 낙원은 없다’와 ‘낙원은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는 뜻이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또 현재를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의 마음과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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