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욕에서 유난히 공통적으로 애용되는 아이템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shit’ 즉 ‘똥’이다.
'shit' 또는 'damm'은 뭔가 생각대로 잘 되지 않거나 불쾌한 상황에서 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말이다. 또 비슷한 상황에서 종종 등장하는 말인 ‘bullshit’의 의미는 ‘제기랄’, ‘빌어먹을’이다. 우리말에도 ‘똥 밟았다’는 ‘재수 없는 일이 생겼다’는 의미다.
영문장에서는 ‘No shit!’ (장난 아니군!) 이라던가, ‘Shit happens’ (개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 - 받아들여야지 별수 없다는 뉘앙스가 일정 부분 포함되어 있다) 등이 눈에 띈다. 심지어 ‘shit list’ (블랙리스트의 비어)는 싫어하는 사람이나 재수 없는 사람 명단을 말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shit list를 꽤나 뺵뺵하게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비꼴 때 “그래, 니 똥 굵다” 내지 “니 똥 칼라다”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잘났어 정말, 니 똥 무지갯빛이야.”라고도 하는 경우도 보았다. 똥이 무지갯빛이라니… 이런 위인은 뱃속에 쌓인 내공이 어마무시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참 많다. 소위 휘황찬란한 ‘무지개 빛 shit’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각 분야의 리더로서 활발하게 자신의 뜻을 펼치고 마음껏 잘난 체하며,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고 있다. 또 드러나지 않게 움직이는 진짜 실력파 고수들도 널렸다. 진정한 실력자는 절대신공을 지닌 무림의 고수들처럼 평상시에는 그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 나타나 순식간에 세상을 평정해 버리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곤 영원한 전설로 남는다. 그들 역시 마음먹은 대로 큰 어려움 없이 사는 '황금 shit'을 가진 부류들이다.
그렇다면 ‘You are so full of shit.’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건 "너는 허풍쟁이야’라는 뜻이다. shit로 가득 찬 사람이 허풍쟁이라니……역시 shit 세상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사실 세상에는 full of shit인 허풍쟁이들이 많다. 앞에 나서서 자칭 고수라며 설쳐대는 사람들 중에는 겉만 번지르르한 허당들이 수두룩하단 얘기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시류에 편성하거나 인기에 영합하며 흐름을 탄다. 물론 그 또한 타고난 능력이며 뛰어난 기술임에 분명하니 굳이 그들을 비하할 일은 아닌 듯싶다.
정말 황당한 것은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 꼴통 shit들이다. 실력이나 능력도 그리 대단치 못하고, 흐름을 타는 것도 서툰 주제에 스스로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좌충우돌하며 여기저기 뻣뻣하게 들이대는 자들을 말한다. 위아래도 없고 한마디로 똥오줌을 못 가린다. 이건 뭐 거의 불치병 수준이다. 그런 shit head이 모여있는 조직은 뭘까? ‘빙고!’ 당나라 조직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인간들이 생각 외로 많음에 놀라게 된다. 이런 상대와 마주쳐야 할 땐 어떻게 하냐고? 몇 번 간을 보다 아니다 싶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기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쉽게 고쳐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명언이 있나 보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고”. 옛 선인들 말씀이 틀린 거 하나 없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인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사람들은 ‘비승비속’ 즉, ‘이도 저도 아니다’에 해당한다. 비록 특출하지 않은 평범한 삶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주관을 갖고 현명하게 자신의 일평생을 꾸려 가는 사람들이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자기 분수를 지키며 정도껏 열심히 사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이나 가치관은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고 타인이 일으키는 물결과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것,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다만 그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그 누가 알겠는가? 내가 아닌 남에 의해 만들어지는 종착역이라....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사람은 다들 지 생겨먹은 대로 사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