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터너. 그는 미디어 황제라 불린 인물입니다. 세계적인 언론재벌이자 자선사업가죠. 심지어 미국 최고의 땅부자 리스트 Top 2인 부동산 부자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자살로 25살의 나이에 부도 직전의 사업을 물려 받습니다. 그러나 수년 만에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가장 큰 광고회사로 성장시킬 만큼 사업가적인 수완을 보여 주지요.
1980년 6월. 그는 대형사고를 칩니다. 24시간 뉴스 전문방송사 CNN 설립이 그것입니다. 당시만해도 다른 사람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지요. 시대를 앞서간 걸까요? 아니면 시대가 그의 편이었을까요? 레이건 대통령 저격(1981.3), TWA 여객기 공중납치(1985.6),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공중폭발(1986.1), 천안문 사태(1989.6)와 같은 갖가지 사건사고, 결정적으로 1991년 걸프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CNN은 완벽하게 지구촌의 대표 방송국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자,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테드 터너의 명언이 탄생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봐야겠지요?
우선 방송 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지금이야 24시간 종일 방송을 하는 방송국이 많지만, 1990년대 이전만 해도 한밤중이나 새벽시간대가 되면 화려한 컬러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뚜~”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조정시간이라는 자막이 등장하였었지요. 기억하시나요?
이런 방송환경에서 24시간 방송이란 생각 자체가 혁신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24시간 방송이 아닐 때도 1주에 2~3번 정도는 밤샘 야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24시간 방송에 실시간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뉴스가 메인이라면…… ? 이건 뭐 조직을 위해 개인의 삶은 송두리째 포기하라는 수준이 아니었을까요? 어지간히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조직원이 아니라면 그 시스템 속에서 버텨 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요즘 떠오르는 이슈인 워라벨의 관점에서 본다면 최악의 회사로 꼽힐 만 합니다.
“Do Something! Lead, Follow or Get out of Here!” 은 당시 조직원들에게 던진 테드 터너의 일침입니다. 수년 간 지속되던 재정난 속에서 자신과 조직의 비전을 동조하지 않고, 불평불만을 내세우며, 사사건건 반발하거나 수동적인 자세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들을 향한 고함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진의는 ‘Get out of Here! (여기서 나가라)’가 아니라 ‘Do Something! (뭐라도 해라)’ 이었겠지요. 분명 그랬을 거라 믿어 봅니다.
원체 인상 깊은 명언이다 보니 비슷한 의미의 아류작들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 (JTBC 드라마 ‘대행사’)
‘이끌래, 따를래, 비킬래’, ‘이끌지, 따르지, 비키지’ (이건 뭐 마치 ’죽을래’ 내지 ‘아님 나가’처럼 들리네요…)
결론은 간단합니다.
이끌려면: 우선 조직이나 타인을 이끌 충분한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짱 꽝이겠지요? 당연히 주변 동료들의 인정과 지지, 그리고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따르려면: 뭔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과 리더의 지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며 힘을 보태면 되겠지요.
비키려면: 이도저도 하지 않겠다면 비켜서야 합니다. 이끌 능력도 없으면서 따르지도, 비키지도 않겠다면 암적인 존재로 전락합니다. 굳이 함께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서로 뜻이 맞지 않다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찾아가면 됩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