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Mar 26. 2023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에 대한 단상

지난주 스포츠 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시끌벅적했습니다. 대진표 편성 문제로 약간의 논란거리를 있긴 했지만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 만남도 그렇고, 접전 끝에 3대 2로 신승한 일본의 우승 역시 많은 얘깃거리를 남겼지요. 역시 백미는 9회 미국의 대표팀 주장이자 마지막 타자인 마이크 트라웃과 일본의 슈퍼영웅으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와의 투타 대결이었을 겁니다. 결과는 잘 알다시피 미국 메이저리그 팀 동료이기도 한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은 오타니의 승리이자 일본의 우승이었지요.


사상 최강이라는 일본 팀은 투타에 걸쳐 완벽한 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작은 체구지만 정확성에다 한 방 능력까지 겸비한 타자들이 수두룩 했고, 필요할 순간마다 해결사들이 등장했습니다. 팀과 출루를 위해서라면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기습번트를 하는 오타니 선수의 모습은 정말 인상 깊더군요. 또한 90마일 후반은 기본이고 100마일도 곧잘 넘기는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들이 갖춘 경쟁력은 솔직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전승 우승을 달성한 일본 팀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경기외적으로 보여준 매너와 미담으로도 더 유명합니다. 굳이 오타니라는 야구 선수의 실력과 그보다 더 유명한 겸손 함에 대한 칭송에 저까지 숟가락을 얹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나 평소 그의 언행을 살펴보면, 그가 왜 슈퍼스타로 인정받는지 알게 됩니다. 아마추어로 구성된 체코 팀에 대해 ‘Respect(존중)’을 표하고, 한국이나 대만, 중국 등을 언급한 MVP 소감에서도 오타니의 인간성과 스타성은 빛을 발합니다. 국가에 대한 헌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라운드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겸손 함까지. 물론 그도 인간인데 완벽할 수는 없을 거고, 어느 순간 작은 실수 하나로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중압감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치관 대로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은 어린 나이지만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국뽕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일본이라면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된다고 믿는 옛날 사람 중 하나입니다. 다만 해외에서 거주할 때 인종차별 이슈를 몸소 체험한 지라 피부색이 같은 아시안으로서의 동질감 역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백인, 흑인, 스패니쉬, 아시안 계통 등등 온갖 종들이 뒤섞여 있는 뉴욕은 한마디로 인종 잡탕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속에서 피부색이나 생김새, 일반적인 성향이 유사한 한, 일, 중국계들과는 나름의 공감대와 연대감이 존재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우리와 비슷한 체형이나 체구를 가진 일본팀이 우월한 신체조건을 가진 팀들을 상대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땐 감정이 복잡해지면서, “왜 우린 저렇게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일본의 경쟁자를 자부하며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야구의 현실이 어땠는지는 잘 아실 겁니다. 한국야구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하며 세계 수준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일본과의 예선 경기에서는 거의 콜드 게임을 당할뻔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요. 별 볼일 없는 실력을 가진 주제에 몸값은 부풀려지고, 겉멋만 잔뜩 든 우물 안 개구리들이 일궈낸 예상된 참사입니다. 다들 알고 있고 속으론 부글부글하지만, 애써 무시하고 싶은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의 진짜 실력이고 냉정한 현실입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아니요, 틀렸습니다. 부러워해야 합니다. 당연히 부러워하고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그들보다 더욱더 땀을 흘리며 갈고닦아야 합니다. 진정한 복수는 절치부심해서 넘어서는 것입니다. 아무리 밑에서 악악대 본들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세계 No. 1 수준이 되었을 때, 진짜 실력으로 경쟁자들을 넘어섰을 때 비로소 겸손도 떨고, 상대를 평가하는 얘기도 꺼내들 수 있는 겁니다. 실력도 능력도 한참 떨어지는 주제에 입만 살아가지고 자존심을 내세우고 가스라이팅이나 해대는…… 빈 깡통이 요란하다고 하지요. 정작 빈 깡통이 있어야 할 곳은 재활용 쓰레기장입니다. 소크라테스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니 꼬라지를 잘 알라”는 말씀. 틀린 거 하나 없습니다. 


위기는 기회라 했습니다. 국민 인기 스포츠 1위인 대한민국 야구의 경쟁력. 지금부터 새로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잘 준비해 간다면 다음 대회에서는 분명 국민들에게 국뽕을 선사해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꼭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자성어로 그려본 20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