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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Apr 06. 2023

타인은 지옥이다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다."

이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작품 희곡 ‘출구 없는 방’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실존주의란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적, 문학적 흐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간 개인은 단순히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라, 행동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주체자(master) 임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타인이 지옥'이라니…… 이게 뭔 소리일까요?

그것은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타인들의 판단과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주체자로서의 개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타인들의 잣대로 나 자신을 판단하려다 보니 오직 타인의 관점과 평가에 매달리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는 거지요. 물론 평가란 절대적일 수도, 상대적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판단의 근거나 수준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평가의 반대급부를 무시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중심 잡기란 실로 난제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 옆집 아줌마에게 힌트를 얻을 수는 없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어느 작가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우리가 행복해지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옆집 아줌마 때문이다’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옆집에 그릇이 몇 개이고, 젓가락이 몇 개 인지까지 알아야 할 정도로 꽤나 유난스러운 면을 가진 사람들 아닙니까? 


옆집 아줌마의 일거수일투족을 듣고 보다 보면 괜스레 ‘나는?’이라는 생각이 스멀거립니다. 어느새 나 자신도 모르게 비교의 잣대를 들이미는 거지요. 그런데 비교의 방향이 문제입니다. 만약 그 방향이 평균이나 아래라면 그려려니 할 텐데, 이게 위를 향하게 되면 슬그머니 박탈감이 밀려들어 똬리를 틉니다.


본의 아니게 옆집 아줌마가 공공의 적이 된 듯한데요, 사실 단초는 주변 곳곳에 널렸습니다. 비단 옆집 아줌마만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선후배, 동료, 가족, 친구 등등 정말 쌔고 쌨습니다. 온갖 미디어로부터 시시각각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뇌의 거름망 역할은 정지되고 정보는 왜곡되기 일쑤입니다. 한마디로 사방이 온통 지뢰밭인 셈입니다. 이 속에서 초연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요.


‘평균적인 삶을 사는 대다수가 타인과 비교에 나서면 그 삶은 지옥이 되고 불행은 더욱 깊어진다’ 

그냥 스쳐 지나기에는 뭔가 께름칙하고 여운이 남아 자꾸만 눈길이 가는 글귀입니다.


굳이 누군가의 염장질이나 타인이 펼쳐 논 지옥 때문에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나도 그리고 여러분도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그래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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