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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May 02. 2023

5월은 ‘걱정의 달’이랍니다.

어느새 5월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미 주변은 온통 초록으로 도배가 되었고, 온갖 종류의 꽃가루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닌다. 바람에 흩날리는 송홧가루에 봄비가 실력발휘를 하기라도 하면 차의 보닛이며 유리창 위로 멋들어진 수채화를 제멋대로 그려 놓기 일쑤다. 간만의 세차로 차가 좀 깨끗해졌다 싶었는데 이건 뭐 하룻밤의 꿈이다. 이맘때면 알러지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아우성 또한 요란하다.


다가오는 5월 6일이면 입하다. 24절기 중 7번째라는 입하는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의미다. 24절기에서 여름은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엔 산천초목이 모두 기지개를 펴고 활발하게 성장활동을 펼친다. 갖가지 종류의 농작물에 익충들과 잡초에 해충까지도 제철을 만난 듯 번성하는 것이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풍요롭게 맞이하려면 농부는 잡초와 해충과 같은 쭉정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부지런을 떨며 땀을 흘려야 한다. 그래도 만물이 무성해지고 성장하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설레는 건 왜일지.


그런데 5월에 들어서자마자 근로자의 날(5.1),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스승의 날(5.15), 부부의 날(5.21), 부처님 오신 날(5.27)…… 등등 온갖 기념일들이 줄지어 펼쳐진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청소년 기본법에 규정된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심지어 결혼을 고민하는 연인들에게 5월은 여전히 가장 선호하는 달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 친구, 사제, 종교 관련 약속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5월이 되면 대폭 늘어나는 지출에 지갑이 빠듯한 나로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5월은 ‘걱정의 달’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런 건 인지상정인가 보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머리를 잘 굴려 어떻게든 가성비를 좇으며 이 난관을 넘겨 볼 밖에.


그 와중에 들리는 국내외 정치, 사회, 경제 상황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7개월째 연속으로 수출 감소에, 14개월째 무역적자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는 오늘 아침 뉴스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걱정의 달’이라는 5월의 무게감이 한층 더해지는 요즘이다.


매번이 고비지만 이번 5월은 또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걱정만 한다고 해결될 리는 만무하고, 농부의 마음으로 지난 시간 뿌려 놓았던, 그리고 매일매일 힘을 쏟고 있는 일들이 알차게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갈고 닦아 나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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