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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May 11. 2023

‘낄끼빠빠’와 ‘할많하않’

‘낄끼빠빠’와 ‘할많하않’


젊은 친구들이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 글쎄다. 어쩌면 이들은 이미 대중화를 넘어 유통기한이 막바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체 빠르게 진화해 가는 세상이 아니던가? 솔직이 요즘 등장하는 신조어들은 거의 외계어 수준이다. 이젠 재미와 유행을 넘어 문화의 일부가 된 것은 아닐까? 아날로그 세대인 나로서는 새롭게 접하는 신조어들이 쉽게 의미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괜스레 신조어를 트집 잡을 생각은 없다. 몇몇 유행어들은 나도 가끔 사용하기도 하고 마치 행동강령처럼 가슴에 새겨두기도 하니까 말이다. ‘낄끼빠빠’와 ‘할많하않’ 그런 단어 중 하나다. 그런데 요새 이 단어들이 유난히 내 머릿속을 맴도는 곳은 바로 직장이다.


‘소통인가 꼰대질인가’의 경계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조직의 위치상,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자꾸만 이 신조어가 떠오르곤 한다.


분명하게 지시를 했지만 좀처럼 피드백이 나오지 않는 눔,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태도가 한대 올리고 싶을 정도로 거슬리는 늠,

머리가 컸다고 따박따박 대꾸하면서 자기 말을 늘어놓으며 가르치려 드는 님,

도대체 뭐지? 뭘 믿고 저러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싸가지 없는 행동을 일삼는 넘,

이것저것 다 젖혀놓고 그냥 꼴 보기 싫은 넌……


‘하~! 이 짓거리도 힘들다. 그래. 그런 날 상대해야 하는 너도 힘들겠지.’


기껏해야 한번 째려보며 “그래 알았다. 가서 일 봐라”. 꼰대 소리 듣기 싫어서 다시 한번 행동강령을 떠올리며 참아 보지만 그 여파가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는다. 속에선 부글부글 끓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싫어 뚜껑을 닫아버리기 일쑤다. 어렵사리 가라앉힌 마음으로 이 글을 끄적이고 있지만 듣고 보고 회상하는 순간, 뚜껑이 다시 들썩거리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끔은 그런 적도 있었다. 폭발직전의 할 말을 가까스로 참아내고, 꽤 긴 시간 동안 차분히 정리를 하고 난 뒤 따로 불러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 대체로 서로 이해를 하고, 자신의 잘잘못이나 방식의 차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애정이 눈곱만큼이라도 남아 있을 때 얘기다.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눔, 싸가지가 바가지 같은 넘들은 그 조차도 사치고 낭비란 생각이 들곤 한다. 시간 낭비, 정력 낭비, 감정 낭비 말이다. 그래도 일은 해야겠고 조직도 돌려야 하니 매번 경계선 어딘가를 넘나들어야 한다. 그게 또 고역이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인간관계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인간관계에서 적정선이라 과연 어디일까? 어쩌면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우리가 가장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단어가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싶다.


‘낄끼빠빠’와 ‘할많하않’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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