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가을인가요?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는 가을비가 오락 가락을 거듭하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돌아보면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여름이 아니었나 싶네요. 지긋지긋한 장맛비도, 무지막지하던 폭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젠 아련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근자에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지구촌 소식들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미국 데스벨리 사막에서는 1년치 강우량의 75%가 단 3시간 만에 쏟아졌다고 하고,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강타한 거대한 폭풍은 비 구경이 힘든 사막 지역에서 24시간만에 무려 414.1mm의 물폭탄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연평균 강수량이 약 543mm에 불과한 아프리카 사막지역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네요.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붕괴된 댐이 일으킨 홍수로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지중해로 쓸려나가는 대재앙이 발생했습니다. 한밤중 모로코에 들이닥친 규모 6.8의 지진에는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진흙으로 만든 벽돌로 세운 흙 집이 대부분이라 피해가 더 컸다고 합니다.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수많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받고 있을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기도를 보냅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감히 어찌할 수 없는 불행이나 난관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르는 예측 불가 세상입니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잠시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좀 더 겸손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게 첫 번째였습니다. 자연 앞에서, 그리고 타인들 앞에서도. 오늘의 나는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겁니다. 누군가의 노력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린 그 사실은 까맣게 잊고, 감사하는 마음을 내려 놓을 때가 종종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불행과 난관이 매번 나를 비켜갈 것이라는 오만한 마음도 잘 단속해야 합니다. 인생의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그것도 연이어 찾아 온다는 격언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만약 지금 좀 많이 힘들다면, 솔로몬이 전해준 지혜를 되뇌어 봅시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좋은 일은 좋을 일대로, 나쁜 일은 나쁜 일대로 우리의 삶에 잔상과 생채기를 남깁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아주 조금만 휘둘리고 금새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 흔적도 모두 흐려지기 마련일 테니까요.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듯 맹위를 떨치던 장마와 폭염도 시간의 흐름 속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이젠 새로운 시간으로 채워 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흐름 속에 있는 우리의 삶이 정처 없는 쓸려 다님이 아니라 주체적인 파도타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