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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Oct 19. 2023

세상에 비밀이 존재할까요?

세상에 비밀이 존재할까요?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이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자격이 있는 특정인들에게만 오픈된다는 익명 커뮤니티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라면 어떨까요? 아마 회원제에다 익명이라는데 용기를 얻은 거침없는 대화 내용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나눴던 비밀스러운 대화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이나 여파는 꽤나 클 수 밖에 없겠지요.


최근 우연히 어느 의과대학 출신들의 대화방에 올려졌다는 글을 전해 듣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느 의사의 고백이었는데요.


내용인즉,

“~ 개원초는 정말 교과서적으로 성심껏 해 줬는데도 환자는 늘지않고 불평 불만 많은 kbs들만 쌓여서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뻥 진료로 바꾸고 나서부터 환자가 늘면서 오히려 돈뽑아먹기도 쉽더라~”


헐~! 도대체 이 사람이 의사인지 사기성이 농후한 장사꾼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물론 모든 의사가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어디든 쓰레기는 있으니까요.


“~ 원하는대로 아무렇게나 말해주면 말도 덜하고 오히려 명의라 생각한다. 나름 수년 개원의 생활하며 터득한 나름 기술이다. 기술은 무슨 기술…. 그냥 뻥…~”


굳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이 따위 인간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은근슬쩍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이 돌팔이의 자백을 곱씹어보다 보니 눈길이 가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의사를 만나러 가는 환자들이 스스로 내린 병증에 대한 확인을 하려 드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았을 때, 의사에 대한 확신과 믿음은 배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곤 주변인들에게 이렇게 얘기하겠지요. “야, 저 의사 잘 보네.” 뭐 그렇다고 이 대목에서 명의를 들먹이는 건 가당치도 않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음의 문장이 떠오르더군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우리는 이를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선입관이나 최초의 잘못된 믿음으로 이와 일치하거나 보강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거지요. 심지어 틀린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반박할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사실은 객관적인 증거가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왜곡하려 들지요. 그렇게 취사선택을 하다가는 결국은 잘못된 결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확증 편향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실 그대로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옛 선인들의 말씀처럼 자신의 믿음과 반대하는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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