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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Oct 31. 2023

기안 84의 마라톤 풀코스 도전

지난 주말 TV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에 도전하는 기안 84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통해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이라는 그의 품성이 더 자연스럽게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한 인간의 치열한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에 기안이 참가한 마라톤 풀코스는 체력과 지구력 뿐만 아니라 정신력을 요구하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4~5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는 숨이 턱턱 막히는 오르막도 있고, 지친 다리를 더 후들거리게 만드는 내리막도 있습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평지도 이어지지요.

 

레이스 도중 곳곳에서 물과 영양분을 공급받기도 하고, 때론 여럿이서 함께 페이스를 맞춰 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마라톤이란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며, 정해진 시간 내에 홀로 결승점을 통과해야 하는 기록 경기입니다. 


전문 선수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마라톤 경기에서 기안84가 분투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경기 도중에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발목이 아파 주저앉는 모습이나 복통 때문에 아스팔트 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는 모습은 문득 예전 무모한 철인 도전에 나섰다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던 제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더군요. ’지금 저 다리와 발바닥이 얼마나 아플까…… 뱃속은 얼마나 뒤집어 지며, 호흡은 또 얼마나 가쁠까……’ 옛 기억들이 악전고투하는 그의 모습에 투영되면서 그 고통이 그대로 제게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달리기 도중 만나는 사람들. 함께 달려주고, 격려해주고, 본보기를 보여주는 러너들의 모습 또한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에도 불구하고 선도하는 이와 연결된 끈을 잡고 달리는 나이가 지긋한 러너의 모습에서는 저도 모르게 울컥함이 솟아 오르더군요.


사실 마라톤은 고독한 경기입니다. 홀로 쉬지 않고 긴 시간을 달려 골인 지점에 도달해야 하지요. 달리는 중에는 정말이지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냥 숨쉬고 다리 박자 맞춰 뛰기 바쁩니다. 심지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발을 뻗고 팔을 흔듭니다.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지요.


그렇게 수많은 역경을 뛰어 넘고 마침내 결승점을 통과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처음엔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순간순간들을 떠올리며 ‘다시는 이 짓거리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지요. 비싼 참가비 내고 그 힘든 푸닥거리를 했는데 고작 내 손에는 까만 비닐 봉지 하나가 전부입니다. 그 봉지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우유 1팩과 단팥크림빵 1개, 그리고 마라톤 완주 메달입니다. 비록 무게도 얼마 나가지 않는 싸구려 도금 메달이지만 그걸 목에 건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기쁘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는 뿌듯함이 배어 나오는 순간이겠지요.


그렇게 목표 달성의 짜릿함을 한번 경험하면 그 감흥과 도파민이 주는 쾌락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힘든 고통에 다시 도전하는 이유입니다. 


목표를 두고 달리는 마라톤처럼 이제 올 한해도 결승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42.195km의 결승점까지 약 7Km 정도 남겨 논 35km 지점을 막 통과한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올 한해, 우리는 치열하게 달려 왔습니다. 최고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멋지게 통과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막판 스퍼트를 내서 잘 달려봅시다.


고지가 멀지 않았습니다. 모두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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