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11월 중순도 지나고. 어느새 올해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깔끔하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한 때인 것 같네요.
다가오는 2024년은 청룡의 해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하는 일이 있지요. 대한민국의 대표 트렌드 10가지를 키워드로 엮어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다 보니 이 또한 트렌드가 된 듯 합니다.
2024년의 트렌드에도 상상력 넘치고 흥미로운 키워드들이 등장했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의미의 ‘분초사회’,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육각형 인간’, 재미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도파밍’, 가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남성상인 ‘요즘남편, 없던아빠’, 기업과 개인 모두 본업 외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의 소비를 따라 하는 ‘디토소비’ 등등이 내년 트렌드 키워드로 꼽혔습니다. 그리고 내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드래곤 아이스(DRAGON EYES)’를 제시했습니다. ‘화룡점정’이란 뜻이지요.
김교수는 이 중에서 "내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분초 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라고 밝혔습니다.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한 지금 사회에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약속 시간의 단위가 점점 짧아지고, 영화나 드라마를 속성 내지 요약 본으로 보는 것도 단순히 바빠서가 아니라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눈길과 공감이 가지 않나요?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런 흐름을 철저히 감안해야 합니다. ‘최저가’가 아니라 ‘믿고 살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덕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기업이 되려면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니라 오랜 기간 쌓인 내공과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세이브해 주는 기업이나 담당자가 최우선 선택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내년도 소비 시장이 고객의 시간을 둔 쟁탈전이 될 거라는 지적은 우리 모두 마음에 깊이 새겨 둬야 할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트렌드를 살펴보다 보니 그렇잖아도 숨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분초를 다투어 가며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좀 막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살면서 올해는 나의 고객들에게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겠다 정도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나의 고객입니다. 내가 그들의 니즈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확실하게 충족시켜주어 그들의 시간과 노력을 세이브해 줄 수 있다면 나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신뢰의 아이콘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말을 하다 보니 왠지 요즘 핫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떠오르네요.
'I am 신뢰에요.'
물론 이걸 말하는 게 아닌 건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