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기 관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공원 Jan 07. 2016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소위 남자들만의 공간이라는 남자화장실 흰 벽면 한쪽에 큼지막한 낙서가 하나 써져 있다.

 

‘이 곳은 남자들만의 비밀 공간이다’


그런데……그 바로 아래에 또 다른 낙서가 보인다. 


‘과연 그럴까?’   

                                                    청소부 아줌마


우리 모두가 익숙한 화장실 얘기다. 생리작용이나 세면, 화장 등등의 이유로 하루에도 수도 없이 들락거리는 곳. 심지어 남의 이목을 피해 잠시 졸거나 은밀한 핸드폰 사용을 위해 숨어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디서든 없어서는 안될 필수 공간이 바로 화장실이다.


그런데 공공건물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유난히 각종 스티커 내지 안내문 같은 게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유명인이 남겼다는 좋은 말이나 잘 알려진 속담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또 ‘한발 더 가까이’ 라던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곳도  아름답다’ 등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도 흔히 보인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많이 접하는 스티커의 문구는 바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가 아닐까 싶다.

 

유난히 인상 깊었던 기억 중에는 어느 유명 건물의 공중 화장실에서 보았던 대형 칼라 사진도 있다. 칸칸이 아주 어여쁜 여인들이 화사하게 웃는 클로즈업 사진이다. 처음 그 화장실을 들어선 순간, ‘헐~ 이게 도대체 뭐지?’ 하며 적잖이  황당해했다. ‘남자 화장실에 웬 여자들 사진?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시추에이션???’ 그런데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여인들의 야릇한(?) 시선이 향하는 방향이다. “아니 얼굴 말고…… 가슴 말고…… 훨씬 더 아래…… 그래 바로~!!” 그렇잖아도 남자들만의 비밀의 공간을 침범 당해 기분이 싱숭생숭한데, 아름다운 여인들의 므흣한 시선과 사심 충만한 미소에 왠지 기분이 더 요상해진다. ‘뭐야 뭐야~ 저 여자, 뭘 보는 거야? ~~~ 그런데 저 의미심장한 표정은 뭐지?’ 


역발상. 누군지 몰라도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소변기 아래가 대단히 깨끗하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였다. 소변기 속에 등장한 파리 한 마리가 남자화장실의 청결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준 이후로 나름 감동을 주었던 아이디어를 말하라면 나는 단연코 이 여인들 사진을 손꼽는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1층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 이런 안내문 하나가 붙은 적이 있었다. 

‘Do not spill out the urine of the toilet!’ 

영문을 사용한 것은 가끔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눈높이까지 감안한 배려다. 우리 회사 직원이나 고객의 수준이라면 그 정도의 영어는 누구나 이해했을 것이리라. 그런데 그 결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별로 통하지 못했다’이다. 굳이 사용자의 수준을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매번 화장실을 방문할  때마다 누군가가 남겨놓은 흔적을 피해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야 했고, 수시로 대걸레를 드는 수고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마음에만 두고 있던 일을 벌였다. 그것은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기존의 안내 문구를 떼어내고 남자라면 좀 더 친근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 말고 또 있죠!’라는 문구로의 교체였다. 문구에 조금 더 보태어서 타깃 심벌 하나도 함께 넣었다. ‘Can  you?’라는 영문 문구와 함께….. 타깃은 과녁이다. 사격을 하거나 활을 쏠 때 과녁의 정중앙을 정확히 조준한다면 웬만해서는 결과물이 일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물론 이는 활이나 총 자체가 불량(?)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하는 얘기다. 하지만 정상적인 무기(?)라 할지라도 정확한 타깃이 없어 조준의 방향이 제멋대로가 되면 결과도 제각각이 되어버린다. 마치 아무런 목표 없이 사는 인생이 부표처럼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 생각지도 못한 외딴 장소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기의 반짝 효과가 지나고는 그 효과가 영 신통찮다. 어쩌면 문구에 너무  둔감해져 버린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나 결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끊임없는 자극이 필요한가 보다. 사실 꽤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는 문구와 심벌이 하나 있긴 하다. 좀 더 지켜보다가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마음 같아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화장실 청결까지 챙기는 까탈스러운 사람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소림축구의 스토리텔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