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츠와 난타, 스티브 잡스 '뒤집어 상상하라'
뮤지컬 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반짝이는 ‘뒤집어 상상하기’의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캐츠 (Cats)’다.
모두들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던 바로 그 작품이다. 처음엔 그 누구도 선뜻 투자하기를 꺼렸고, 막을 올릴 극장을 구하는 것도 간단치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1년 영국의 런던 웨스트엔드의 뉴런던 시어터에서 초연을 올릴 무렵만해도 이 작품에 대한 어떤 기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누구도 상상해보지 않은 인간고양이들의 등장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여론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 무대뽀스러워 보이던 역발상 도전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성공으로 판명 났고,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그 화려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는 문외한이었던 내가 뉴욕 브로드웨이의 어느 극장에서 캐츠를 처음 만났던 때가 1990년대 초반이었다. 솔직이 당시에는 뭔 소리를 하는지 대사를 잘 알아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무대와 객석을 정신 없이 휘젓고 다니는 인간고양이들의 흥겨운 춤과 율동,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환상적인 무대 모습은 내 뇌리 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이와 같은 역발상으로 만들어낸 메이드인 코리아 작품도 있다. 뮤지컬 ‘난타’가 그중 하나다.
‘난타(NANTA)’는 한국 전통의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주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코믹하게 그려내었다. 칼과 도마와 같은 주방기구를 멋진 악기로 둔갑시켜 걸판지게 놀아대는 이 공연은 한국공연 사상 최대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2004년 아시아 공연물 최초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다. 웃음은 만국공통어이다. 그 웃음을 스토리와 리듬과 소리 속에 잘 버무려낸 상상력이 어떤 창조물을 탄생시킬 수 있는지를 '난타'는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역발상’이다.
어쩌면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아이디어라도 관점의 변환을 통해 새로운 결과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다소 무모해보일 수도 있는 무대뽀식 접근방식이 틀에 박힌 상상이나 일반적인 접근방식보다 ‘유레카(eureka)’나 ‘세렌디피티(serendipity)’와 마주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을 수도 있음이다. 사실 ‘뒤집어 상상하기’의 성공 사례는 우리 주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말은 누구던지 이제까지 당연히 그래야 했던 것을 부정하고 발상을 전환해서 일을 추진하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물을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은행업을 금융산업에서 리테일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고객이 방문하고 싶은 리테일 스토어로 변신시킨 슬로우 뱅킹의 대명사 ‘음프쿠아(UMPQUA)’, 가구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을 파는 회사로 자신들을 새롭게 정의한 ‘이케아(IKEA)’, 바이크(BIKE)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자유(FREEDOM)을 파는 회사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항공서비스가 아니라 즐거운 경험(FUN EXPERINECE)를 제공한다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SOUTHWEST AIRLINES)', 문화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스타벅스’, 철심이 없는 스테이플러 ‘하리낙스’, 유아 및 아동들의 필수품 '에디슨 젓가락'에 이르기까지 분야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정말 다양하다.
지난 100년간 가장 창의적이고 통찰력이 있는 인물로 손꼽히던 애플의 스티브잡스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다.
“역발상의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스티브잡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결코 새로운 뭔가를 발명한적이 없다.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Search), 의미 있는 것이 발견(Discover) 되면, 그것들을 조합(Combine) 하려 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핵심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창의적으로 조합해 내는 능력에 있다'
는 사실이다.
그러니 먼저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가장 훌륭한 방법은 ‘관점을 달리해서 보는 것’, 바로 ‘뒤집어 상상하기’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대뽀식 상상법이 훌륭한 단초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2011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제이기도 한 의미심장한 표현 하나를 옮겨본다.
Dogadobisangdo(design.is.design.is.not.design) - 디자인이.디자인이면.디자인이.아니다.
남의 것에 대한 곁눈질은 접어라. 타인의 관심이나 눈치를 볼 생각일랑 애초부터 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목표와 목적을 잊지 말고 마음껏 뒤집어 상상해봄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