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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Jan 08. 2016

소림축구의 스토리텔링

“최고의 스토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거야.”

지난해 이른바 ‘소림축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재미난 소설 시나리오로 어울릴 법한 이 스토리는 실제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날도 멀지 않은 모양이다. 중국 축구의 세계화를 주창한 시진핑 주석의 관심과 범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은 한창 탄력을 받기 시작한 중국 축구의 잉걸불에 기름을 부은 형상이다. 일단 깃발을 세우면 거대한 대륙이 한 목표를 향해 ‘닥치고 공격’을 외치며 몰려가는 중국이 아니던가? 그래도 그렇지. "2000명의 메시를 키우라"는 시주석의 말 한마디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는 모습이라니…… 역시 중국다운 발상이다.


정확한 머릿수를 셀 수도 없는 인구를 가진 나라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긴 기본 인재풀의 규모가 남다른데 뛰어난 놈이 상대적으로 차고 넘칠 수밖에 없겠지. 그런 나라가 축구라는 한 종목에 작심하고 물량공세를 펼친다면 그들의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물론 축구라는 스포츠가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는 종목이 아님은 분명하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 전반에 탄탄한 기본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래서 먼 미래를 보고 바닥부터 다지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수년 후, 그리고 수십 년 후에 그 결과가 어찌 나타날지 사뭇 궁금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감독이나 선수들 영입도 자국 프로리그의 지명도와 실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장단기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한국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홍명보 감독이 중국 프로팀 감독을 맡은 것을 비롯해서 한국 출신 감독과 선수들도 비일비재하다. 비록 아직은 ‘외화내빈’식의 한계와 부작용이 더 많아 보이긴 하지만 중국이란 나라와 중국인들의 저력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나에게 흥미로웠던 이슈는 ‘소림축구’였다. 잘 알려진 대로 소림사는 무술을 하는 승려들이 있는 사찰로 유명한 곳이다. 영화의 소재로도 셀 수 없이 등장했고, 각종 무술 대회에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곳이 바로 소림사 아니던가. 또 최근 한국의 어느 공중파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단체로 무술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곳이 되었다. 


이런 지역에 거대한 축구 센터가 만들어지고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가진 인재들이 축구와 연결고리를 갖는다는 발상 자체가 기발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참신한 아이디어이자 상상력의 발로라 여겨지는 이유다. 설령 지극히 상업주의적인 발상에서 소림사의 이름을 사칭한 것이라 해도 대중은 영화 속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기나 과정이 어찌 되었든 간에 성공하는 대부분의 비즈니스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스토리’가 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눈을 현혹시키는 첨단기술로 무장한 각종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나 동영상, 그리고 의미 없는 숫자와 데이터의 나열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긴 생명력을 갖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감동을 주는 스토리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여야 하고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 또한 훌륭해야 한다. 그뿐인가?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네버엔딩 스토리가 되려면 또 다른 많은 조건들이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최고의 스토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거야.” 


20세기 폭스사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스테이시 스나이더 (Stacey Snider)의 말이다. 

비단 드라마나 스포츠, 영화, 제품뿐만 아니라 이젠 거의 모든 실생활이 스토리와 연결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래 가사나 회사 프레젠테이션, 취업 인터뷰에도 스토리텔링이 등장하는 시대다. 한마디로 우리는 스토리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어지간한 스토리는 이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Peter Guber의 ‘성공하는 사람은 스토리로 말한다’는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스토리텔링 관련 책이다. 스토리텔링은 내가 거쳐온 전공이나 직장 경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기획해야 할 때나 글 한편을 써야 할 때도 스토리텔링은 대단히 유용한 도구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성공을 위한 지름길을 묻는다면 ‘너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자 분투하다 보면 펼쳐지는 세상 또한 더 멋지고 행복해지는 법이다. 


무술과 축구는 다르지만 비즈니스의 스토리텔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소림축구는 분명 이슈메이커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 스토리의 성공 여부는 지속적인 이야깃거리를 생산해 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수년 내에 ‘소림 축구’라는 영화에서처럼 주성치 같은 선수가 하늘을 날아 올라 슛을 하고, 장풍을 펼치고, 축지법 같은 기술로 상대편 선수들 사이를 질풍같이 돌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ㅎㅎㅎ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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