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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과 메기, 변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by 달공원


지난주에 전반기가 끝난 프로야구.

그런데 1위가 누군지 아시나요?


그렇습니다. 한화 이글스가 “전반기 1위”라고 합니다.

매년 보살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던 만년 꼴찌 한화가 1등이라니.

솔직히 믿기 어렵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참고로 전 한화팬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화가 올해 왜 갑자기 1위를 할 수 있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투수력, 특히 선발진의 안정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당연히 부족합니다.


여기엔 중요한 한 축이 더 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그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바로 백업 선수들입니다.


그동안 벤치에 있던 후보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들어와서 홈런을 치고, 적시타를 날리고,

경기 흐름을 바꾸는 수비까지 해냈습니다.


관중석에선 “어? 쟤 누구야?” 그러고…… 감독은 “쟤 다음 경기에도 한번 더 써보자.”

결국 백업이 주전 못지않은 역할을 하게 되면서, 한화가 원팀으로 더 단단해지게 된 거지요.


역사가 오래된 조직은 곳곳에 내공이 깊게 자리 잡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역사가 오래되고 노하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바로…… “고인물 현상”입니다.


예전 방식이 더 익숙하고, 새로운 시도는 낯설고, 귀찮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합니다.

“에이, 저거 예전에 해봤는데 안 돼~”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이 말, 사실 꼰대들이 반복적으로 내뱉는 전형적인 언어입니다.


그 ‘익숙함’이 우리를 편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엔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청어라는 생선 아시죠?

노르웨이 어부들이 청어를 잡아서 항구까지 운반하던 시절,

원체 성질이 급하고 더러운 탓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배가 항구에 도착할 때쯤엔 수조 속 청어들은 대부분 배를 까뒤집고 저세상으로 가버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유독 청어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상태로 운반해 온 어부의 비결

그것은 수조 속 메기 한 마리였습니다.

메기 입장에서는 물 반 고기반인셈인가요?


청어들이 사냥에 나선 메기에게 안 잡아 먹히려고,

새빠지게 도망 다니다 보니, 끝까지 생생한 상태로 살아남게 된 겁니다.

물론 한두 마리는 잡아 먹히겠지만, 수조 속 청어 대부분은 훨씬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죠.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겐 지금, 그런 메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메기란,

익숙한 일상에 긴장을 주는 존재입니다.


그것이 새로운 기술일 수도 있고,

변화에 능한 젊은 직원일 수도 있고,

옆자리에서 혁신을 끌고 가는 누군가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고인물이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고인물엔 온도와 깊이가 있습니다.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험과 통찰,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의 나와 우리가 존재하는 기반이기도 하죠.


하지만 고인물도 가끔 물을 갈아줘야 합니다.

아무리 깊은 연못이라도,

물이 오래 고인 상태로 있으면 이끼가 끼고 냄새가 납니다.

생명력은 점점 사라지고 결국 썩은 물이 되는 거지요.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AI, 챗GPT, 클라우드 등등 각종 새로운 도구들을 아무렇지 않게 뚝딱뚝딱 가져다 씁니다.

심지어 에러가 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새로 도전합니다.


부딪쳐보고, 안 되면 다시 합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단 시도하고 다시 도전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태도,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될놈될”이라는 말, 들어 보셨지요?

‘될 놈은 어떻게든 잘 된다’라는 말, 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요?


최근의 한화라는 조직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방산, 조선, AI 등 남들이 버리다시피한 분야를 줍줍 하더니 어떻게 된 게, 하는 족족 대박입니다.

그 와중에 만년 꼴찌를 도맡아 두었던 야구까지 1등이라니, 이쯤 되면 그냥 잘될 운명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게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운명이어서 일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될놈될, 즉 될 사람은, 준비된 사람입니다.

기회는 언젠가 누구에게나 오지만, 준비가 안 된 사람은 그걸 못 알아봅니다.


초대박을 친 한화의 6주짜리 외국인 백업 선수처럼, 어느 날 갑자기 훅하고 들어온 기회에서 적시타를 치고, 결승 홈런을 치려면, 그전에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혹시 지금 내가, 나의 조직이 바로 그 ‘순환의 타이밍’에 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고인물의 깊이,

젊은 피의 패기,

신기술의 파도,

그리고 준비된 백업들.....

이런 조합들이 바로 조직의 다음 도약을 만드는 핵심요소가 아닐까요?


고인물은 자존심만 세우지 말고 무엇이던 배울 자세를 가져야 하고,

젊은 피는 “그건 옛날 방식이에요” 하기 전에 그 방식이 왜 존재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납니다.


요즘 시대는 느리면 생존도 어렵습니다.

변화를 조금만 늦게 따라가도 금세 뒤처지고 마는 세상이지요.


우리는 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이 방식, 지금도 유효한가?”

“지금 내가 하는 일, 더 효율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지금 메기인가? 청어인가?

아니면… 수조 속 고인물인가?”


메기 한 마리,

준비된 백업 한 명,

익숙함에서 벗어나려는 고인물 한 사람.

이 셋이면…

내 조직 전체의 체온이 다시 올라갑니다.

여러분이 그 주인공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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