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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조직 인간일까?

by 달공원

“너 I야? E야?”

“난 T인데 넌 뭐야? 혹시 F 아니야?”

무슨 얘기죠?

맞다. 바로… MBTI 얘기다.


누구나 한번쯤 MBTI에 대해 들어보았거나 친구나 가족과 대화를 나눠보았을 거라 믿는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다. (여기서 마이어스와 브릭스는 사람이름으로 모녀지간이라 알려져 있다.)


MBTI는 칼융의 분석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사람의 성향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심리 검사다.

외향형(E)/내향형(I), 감각형(S)/직관형(N), 사고형(T)/감정형(F), 판단형(J)/인식형(P)

이렇게 네 가지 축으로 나뉜다.


정확한 성격보다는 '선호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실생활에 활용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서, MBTI는 "넌 이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정해주는 건 아니고, 그냥 “넌 이런 쪽을 좀 더 선호하더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았다.

“MBTI가 선호경향 만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조직에도 MBTI 라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 안에서 어떤 인간형일까?” 하는 상상. 즉, 나는 이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어떤 태도나 행동으로 조직에 기여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인 셈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INTP는 혼자서 일을 잘하고 논리적인데 가끔은 너무 자기 일만 하다가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또 ENFJ는 리더십이 있고 따뜻한 성격인데, 혼자 다 하려다 번아웃 오기도 한다.

즉, 어떤 MBTI 유형이든, 장점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격’이 아니라 ‘태도’다


자, 그럼 MBTI라는 틀을 이용해서 자신의 조직을 한번 살짝 들여다보면 어떨까?

몇 가지 내 주변의 예를 들어 대입해 보았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주차난이 심각하다. 특히 이른 아침에는 거의 전쟁 수준이다. 주차난이 심각한데 회사 주차장은 넉넉치 못해, 조금만 늦어도 주차자리를 찾아 뺑뺑이를 돌아야 하거나 아주 먼 곳에 차를 대고 걸어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출근해서, 회사 외부에 주차를 하는 인원이 꽤 많다.

왜일까? 물론 다들 바깥에 주차를 하니까 눈치가 보여서 주차를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혹시 사정이 생겨 늦게 오는 다른 동료들을 배려해서, 또는 고객이나 심사관이 왔을 때를 생각해 주차장 자리를 비워 놓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


또 이런 장면도 있다. 여럿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딱히 누가 받을지 정해지진 않았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날까? 구성원들 사이에 머리싸움이 시작된다.

“막내가 받을 거야”

“내 일 아니니까”

혹시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경우는 없을까?


하지만 자신의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먼저 전화를 받는 누군가가 꼭 있다. 그 행동이 뭐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는 조직을 위해 또는 나의 동료를 위한 ‘작은 배려’의 표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회의실, 현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회의가 끝나고 난 뒤, 회의실 의자를 정리하고,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손님이 사용한 컵을 정리하는 일, 또한 현장을 다닐 때 동료들이 날카로운 구조물에 부딪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깔때기를 세워놓는 일.....


이런 건 누가 꼭 시켜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매번 조용히 그걸 한다. 눈에 잘 안 띄지만,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그런 걸 자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지나치지만, 사실은 절대 당연하지 않다.


MBTI와 조금 전에 예시로 등장한 캐릭터와 뭔 상관관계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MBTI가 모든 걸 설명하지는 않지만 지도자형인 ENTJ나 사업가형인 ESTJ는 장점도 많지만 특권의식을 가진 경우가 있어 독자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남이야 불편하든 말든 나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유형인 셈이다.


또 ENTP는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맨이지만 끈기가 부족하고 무책임한 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마무리가 늘 아쉽고 개운치가 못하다. 이런 유형과 같이 일하는 동료는 매번 뒷치닥거리 하기 바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ISFJ는 조용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현신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조용한 헌신형 인간의 전형이다.


최근에 내 자신이 조직안에서 메기냐 청어냐, 아니면 고인물이냐라는 화두를 던졌다.

오늘은 또 다른 화두를 던져볼까 한다.


나는 조직 안에서 ‘배려형 인간’인가, 아니면 ‘특권형 인간’인가?

나는 누군가를 위해 불편을 감수해 본 적이 있나?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고 행동한 적은 없었나?

내가 받은 누군가의 배려를, 고맙다고 표현한 적은 있었나?


이런 질문은 누가 시켜서, 답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한 질문이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조직은 '시스템'이 아니다. 결국은 ‘사람’이다.

우리는 규칙 안에서 일을 하지만, 규칙보다 중요한 건 배려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제가 해볼게요”라는 행동 하나,

그게 조직을 따뜻하게 만들고,

그게 진짜 팀워크를 만드는 시작이 된다.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그게 모이면 내가 속한 조직이 바뀐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남이 아니라 늘 ‘나 자신’으로부터 라는 점을 기억하자.


“당연한 건 없다. 특히, 누군가의 배려는 더더욱 그렇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한 하루를 시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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