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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

by 달공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하루가 되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했던 다짐이다.


이런 저런 거창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매일 이렇게 해야지' 세부 항목 리스트도 잡아 보았다. 또 그 성공의 순간을 그리며 잠시 때이른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그렇게 환희의 순간을 생각할 때면 가슴 저 아래서부터 뭔가 치솟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아직 '살아있네~!'를 되뇌게 해 주는 뜨끈뜨끈한 그런 느낌. 난 그 짜릿한 긴장감이 좋다.


특히 올해는 개인적으로 기대치가 큰 해이기도 하다. 절치부심하며 지난 몇 년간 준비해왔던 과정. 이제 그 결실을 맺어야 하는 목표가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책 쓰기 도전이 그 중 하나고, 철인3종 도전이 다른 하나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바람들이다.


결과가 어찌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가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치열했던 과정이 헛되지 않았으면 되는 것을. 미리 합리화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분명 과정 속에서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루하루가 쌓여가는 동안 수시로 년 초의 목표나 계획을 들여다본다. 조금이나마 성과가 있고 얼마라도 진도를 뺀 일도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인 경우가 태반이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질 않고, 계속해서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마저 든다. 진행 과정이 순탄치가 못하니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또 어쩌다 한번 주저앉기라도 하면 다시 자세 잡기가 여의치가 않다. 그러다보면 흐지부지 되어 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와 실행의 간극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에 ‘게으름’이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심해 보았을 주제인 게으름을 다룬 책, ‘굿바이 게으름’은 정신과 전문의인 문요한의 작품이다. 이 책이 처음 발간된 게 2007년이었으니 꽤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 분야에서 여전히 그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음은 게으름이라는 공감대가 주는 묵직한 무게 때문이리라.


게으름의 사전적 의미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태도나 버릇’

이다.


세상의 어느 누가 게으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상의 삶에서 흔히 마주하는 게으름의 실체를 살피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데서 이 책은 충분한 의의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게으름의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것이란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은 게을러 빠졌다’고 지적하는데도 정작 본인은 ‘난 게으르지 않아’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이와는 반대로 스스로 ‘난 게으르다’라고 생각하지만 ‘저 사람은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라고 제삼자가 판단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게으름을 판단해야 할까?


'굿바이 게으름'의 저자인 문요한은

게으름의 판단 기준으로 ‘삶에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를 언급했다.

‘방향성’은 자기계발과 관련된 많은 분야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아무 선택을 하지 않기도 한다. 차일피일 선택을 미루는 행위. 그것이 게으름이다. 온갖 핑계거리를 대며 타인 또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물론 때에 따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거나 우선 처리 원칙에 따라 일을 뒤로 미루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자신의 책임 업무나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사소한 일에 매달려 시간을 낭비하고, 결정을 미루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바쁘게 지내고 있다’라고 착각 내지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이럴 때가 종종 있었다.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너무 양도 방대하고,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주변만 빙빙 겉도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요하고 긴급한 다른 일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단지 합리화를 위한 핑계일 뿐이다. 오늘 꼭 해야할 운동이나 공부를 날씨탓, 시간탓, 가족탓 등 온갖 탓을 해대며 미루다 그만 타이밍을 놓쳐 버리기 일쑤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열심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행동도 게으름이라 한다. 이는 ‘위장된 게으름(disguised laziness)’이라 불린다. 결국 시간에 쫓겨 마지못해 선택을 할 때쯤이면 ‘이미 엎질러진 물’ 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열쇠로 문요한은 다음 10가지를 언급했다.

1.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자각하라

2. 게으름에서 벗어나 어디로 갈지 정하라

3. 꿈과 현실에 징검다리를 놓아라

4. 두려움과 자기비난을 넘어서라

5. 긍정적 습관을 만들어라

6. 에너지 네크워크에 연결하라

7. 변화의 시스템을 만들어라

8. 삶을 선택하라

9. 능동적으로 휴식하고 운동하라

10. 삶의 효율성을 높여라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 지금 당신의 삶이 원치 않은 자리에 있다면 그건 분명 이전에 내린 잘못된 판단과 게으름이 그 이유일 수 있다. 설령 내 탓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해서 지금의 결과가 바뀔 수 있는가? 남탓, 환경탓, 시대탓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들 소용이 있는가? 어차피 안 된다면 차라리 그 에너지를 원인 분석과 반전시킬 수 있는 전략 마련에 쏟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만약 게으름이 주원인이라면 당장이라도 근본적인 극복방안 마련에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무엇보다 게으름에 빠져들지 않도록 자가 체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고민과 고군분투의 노력이 우리의 혈관과 세포 속에 골고루 스며들었을 때 비로소 우리 삶은 건강해진다. 그 노력을 등한시하는 것 역시 게으름이다


또 다른 오늘의 시작이다. 벌써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후회없는 하루하루를 위해서라도 나의 게으름을 재촉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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