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와 하수의 차이
아래는 조선일보 칼럼니스트이자 명리학자인 조용헌 선생이 얘기한 ‘고수’에 대한 정의이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과정을 보면 대강 3단계가 있다.
처음 단계는 ‘칼잡이’ 단계이다. 다양한 문파를 기웃거리면서 여러 이론들을 섭렵하는 단계이다. 선생도 여기저기 옮기면서 배워본다. 대충 10년은 걸린다. 그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칼을 수집한다. 면도칼, 회칼, 부엌칼, 송곳, 단검 등등 여러 가지 칼을 가지고 있다. 이런 칼잡이들은 “나 칼 많아!”하고 은근히 자랑한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어느 칼도 시원치 않다. 70퍼센트는 칼잡이 단계에서 머문다. 20년을 공부해도 실전에 들어가면 힘을 못쓴다.
둘째는 해머의 단계다. 그동안 수집한 칼을 버려야 해머를 지닐 수 있다. 칼을 버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기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잡다한 이론은 다 버리고 나름 실전에 응용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는 단계이다. 이러면서 ‘자기류’가 성립된다. 10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해머만 어깨에 메고 강호를 유람하고 다닌다. 상대가 나타나면 해머로 무조건 한 방 가격한다. 해머급이 되면 총론에서는 틀리지 않는다. 저 사람은 서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을 때 지금 갈 것인가, 조금 있다 갈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에서 큰 실수는 하지 않는다. 명리학의 해머급은 20명 이내라고 추정하고 있다.
셋째, 번갯불의 단계이다. 해머를 휘두를 필요가 없다. 상대를 만나자마자 2,3초 내에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순식간에 읽어 낸다. 선문답도 질문 들어가는 즉시에 대답이 나와야 하는 것처럼 운명 감정에 있어서도 3초가 넘어가면 번갯불이 아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다.
(한근태의 저서,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에서 발췌)
고수와 하수의 이야기는 비단 명리학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나 학술 분야, 예술이나 정치계에 이르기까지 다종 다양하게 적용된다. 개인과 단체를 넘어 기업과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넓고도 깊다.
1995년 베이징.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대한민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특히 하수의 당사자로 지목된 정부나 한심한 정치인들은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니 반박도 쉬이 못하고 속 꽤나 끓였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어느 분야에서나 고수와 하수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1류, 2류, 3류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는 어떠할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POV (Point Of View) 즉, 어느 관점에서 보는가 이다.
우선 3류 기업부터 살펴보자.
3류 기업은 보통 기업의 관점에서 고객을 바라본다. 모든 기준은 고객이 아니라 기업이 우선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절대 기준을 제시하고 따르기를 요청한다. 가끔 분별력이 떨어지거나 자기도취에 빠진 기업이나 담당자는 고객에게 심지어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이런 기업에서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류 기업은 두 개의 관점, 즉 기업과 고객의 관점에서 절충점을 찾는다. 고객에게 기준을 제시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또 ‘고객 만족이 우선’이라는 모토를 갖고 나름의 노력도 기울인다. 때문에 고객의 불만사항에 대응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역부족이다. 2류 기업의 특징은 한마디로 뒷북치기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대응이 이루어진다. 그래도 3류에 비해 일정기간 살아남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고객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지다 어느 순간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된다.
1류 기업은 선도기업이다.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좀 다르다. 고객 만족이 아니라 고객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먼저 행동한다. 또 관점을 바꿔 고객의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관계를 고민한다. 변덕스러운 고객의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노력을 기울여야 1류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엄밀히 보면 그 위에 초1류 기업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관점의 테두리를 넘어선다. 다른 기업이나 고객이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나아가 문화를 창조해낸다. 그리고 당당히 고객을 그 문화 속으로 초대한다.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하는 이들이다. 절대비기를 지닌 초절정의 고수들인 셈이다.
기업에 1류, 2류, 3류가 있듯이 이 방식은 사람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스스로 고객 관계에서 고수인지 하수인지 알고 싶은가? 그건 아마도 자신이 고객을 어떠한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고객이니 역지사지의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되지 않겠는가.
어쩌면 우리 자신도 스스로에게 고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 만족이나 감동, 또는 그 이상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어느 정도? 얼마 동안? ……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