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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May 03. 2016

적자생존, 메모의 기술

적는 자만이 생존한다

평소 생활 속에서 의미 있다 여기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려 노력한다. 이는 메모광이시던 아버지로부터 보고 배워 어린 시절부터 계속되어 온 습관이다. 가슴에 와 닿는 강의나, 멋진 풍경, 신문이나 잡지의 한 문장에서 감흥이 올 때도 짧은 메모를 끄적인다. 무엇인가에 혼쭐이 제대로 났다거나, 빡 센 경기를 치른 후거나, 기억에 남는 여행에서도 단상들이 무궁무진하다. 어디 세미나나 강연회에 갈라치면 강의 내용과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느라 머리와 손이 항상 바쁘고, 교재 여기저기에는 그 흔적들로 가득하다.


가끔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밀려왔다 쏜살같이 사라지는 아이디어나 단상을 잡으려 기를 쓰곤 한다. 여기서 문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단상이 한가할 때 등장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일로 바쁘거나 당장 방법이 마땅치 않을 때 불현듯 떠오른다는 점이다. 특히 나의 경우는 사우나를 하고 있거나 운전 중에 자주 벌어지곤 하는데, 이럴 땐 참 곤욕스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는 찰나인데, 나의 메모리 성능은 점점 바닥을 향하고 있는 것을…… 제때 기록이라도 해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당최 기억조차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어딘가에 짧은 메모라도 남겨야 안심이 된다. 또 차에는 아예 메모지와 펜을 가까이에 비치해 두고 수시로 메모를 남긴다. 적당한 메모지가 없으면 손에 잡히는 영수증, 편지 봉투, 광고전단 같은 곳에 급하게 적기도 하는데, 나중에 휘갈겨 쓴 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해 한참 동안이나 머리를 싸매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벤처기업이 밀집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그야말로 아이디어의 전쟁터다. 그런데 이곳 식당의 메뉴판은 종종 여기저기 모퉁이가 뜯겨 나간 모습이란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식탁에 있는 종이나 냅킨, 급하면 메뉴에 적고 찢어간 흔적이라는 게 식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처럼 아이디어는 휘발성이 강하다. 아이디어란 순식간에 등장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진다. 그러니 ‘기회의 신 카이로스’처럼 기회가 왔을 때 지체하지 말고 머리채를 낚아채야 하는 것이다. 학습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망각곡선의 경우 20분이 지나면 단기 기억이 급속히 감소된다 한다. 즉 아무리 반짝이는 아이디어라도 20분 내에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아무 쓸모없는 상념일 뿐이다. 내 곁을 무심히 스쳐 유유히 사라지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메모를 통해 구체적인 정보나 기획으로 가치 있게 바꿔야 하는 이유다.


아날로그 형태의 메모 문화가 디지털과 접목되면서 저장과 검색 기능까지 보완한 덕분에 재활용률이 부쩍 높아졌다. 핸드폰이나 휴대용 PC를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메모를 하고, 사진을 찍고, 녹음도 하면서 기록으로 남기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했다. 하지만 메모를 하다 보면 솔직이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훨씬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개발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축적된 메모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이다. 메모 달인들은 메모한 내용을 디지털 매체에 직접 입력을 하거나 스캔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더 많은 관련 정보를 모아 항목별로 분류를 해둔다. 용도별로 메모하는 곳을 달리하기도 하는데, 단지 메모를 분류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메모를 분석하고, 통계를 낸다. 이 자료들은 자기계발이나 자기 경영의 유용한 지침으로 활용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신문/잡지 스크랩, 인터넷 검색, 책 등 원하는 자료를 얻는 방법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재활용하는 방법도 보다 간편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개개인의 열정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사카도 겐지가 그의 저서 ‘메모의 기술’에서 언급한 메모의 7대 원칙이다.


1.    언제 어디서든 메모하라. -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바로 그 자리에서 기록한다. 늘 지니고 다니는 것, 항상 보이는 곳에 메모한다.
2.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라. - 일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따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말하는 내용, 사고방식, 언어 습관 등을 기록한다.
3.    기호와 암호를 활용하라. - 자신에게 쓰기 편하고, 보기 편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방법을 찾는다.
4.    중요한 사항은 한눈에 띄게 하라. - 중요한 사항은 밑줄, 동그라미, 색깔 볼펜을 활용한다.
5.    메모 시간은 따로 마련하라. - 출퇴근 시간, 명상, 여행 등 자기만의 메모 시간을 만든다.
6.    메모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라.
7.    메모를 재활용하라. - 메모한 것을 버리지 말고 일정 기간 보관한 후 다시 읽어 본다.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 보니, 회의가 잦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첩이나 적을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해 온다. 그런데 대화 중에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열심히 메모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메모를 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는 감정은 공감이다. ‘아~ 이 사람이 내가 하는 얘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왠지 이런 사람을 접하면 신뢰가 간다. 또 별거 아닌 듯해도 내 경험상 이런 사람들일수록 멀티 플레이에 능한 경우가 많았다. 어떤 이는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한 가지 일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반, 어떤 이는 여러 가지 일들을 마치 저글링 하듯이 완벽하게 처리해 내기도 한다. 혹시 자신의 머리만 믿지 않고 메모를 통해 자신의 업무와 시간 관리를 하는 것이 그 비법이 아닐까?


특히 창의력이 요구되는 직업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일상은 사냥터이고 순간은 사냥감이다. 일상에서 순간을 붙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메모다. 사소한 일상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 순간을 포착하면 꼭 적자. 굳이 적자생존, 즉 ‘적는 자만이 생존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보라. 분명 그동안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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