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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Aug 18. 2016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수생목(水生木)의 오행 원리

뜨겁다 못해 따갑게 느껴지는 매서움을 품은 햇살이다.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가 지난 지 수일이고 말복 고개도 넘었다. 헌데 쏟아 내리는 열기는 좀처럼 그 기세가 수그러들 틈을 보이지 않는다. 막바지 발악이라도 하는 건지.... 가을이 오긴 오는걸까?


'화(火)'의 불기운이 맹렬할수록 더 찾게 되는 것이 있다. 그 대칭점에 서있는 '수(水)'의 물기운이다. 물로서 불을 제압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기도 하다. 요즘 같이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는 얼음냉수를 입에 달아놓고 있거나 냉수욕이라도 연거푸 해야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일것 같다. 시원한 계곡물이나 차가운 바닷물이 더욱 그리워지는 건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물(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흔히 쓰는 표현 중에 “물~~좋~~다!”라는 말이 있다. 뭐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어떤 의미인지는 대부분 알 터. "뭔지 모를 기대감과 설레임이 넘처나는 분위기... 이렇게 상상했다!"면 당신은 좀 놀아본(?) 사람이다. "난 비취 빛 바닷물이나 맑고 푸른 수영장 물을 떠올렸다"고 해도 뭐 상관없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물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몸무게의 약 2/3 정도다. 그러니까 약 65~70% 정도라고 보면 타당하다. 이들 대부분은 세포 구성과 연관되어 혈액 중의 약 92%, 근육과 뇌의 약 75%, 뼈의 22% 등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1일 권장량의 좋은 물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것은 건강관리의 지름길이다. 물만 잘 마셔도 건강의 2/3는 채워놓고 시작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맑은 물, 탁한 물, 썩은 물……' 물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물의 운명, 나아가 그 물을 마시고 살아가는 사람의 운명 또한 달라진다.


물은 기본적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행의 제일 마지막 자리이기도 하고,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제일 처음이 되기도 한다. 오행의 기운이 흐르고 돌다 도달하는 제일 밑바닥은 바다다. 때로는 중도에 더 이상 흐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흐름이 멈춰져 자정작용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썩게 된다. 그래서 맺히거나 고인 것,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로 남겨진 것, 이런 기질들로 대변되는 ‘한’의 감정이 바로 물(水)이다.

 

인생에서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을 때, 또 가장 힘든 시기에 우리는 인생의 참맛을 접하게 된다. 산전수전 겪으며 인생의 단맛(토)과 매운맛(금)을 고루고루 경험하고 난 뒤에서야 오는 맛. 바로 짠맛이다. 물(水)이 ‘지혜’를 의미하는 이유는 인생의 참맛을 단단히 보고 난 뒤에야 겸손해지고 진정한 지혜로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과 관련한 여러 가지 속담 중에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가 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도 같은 의미다. 달리 말하면 '항상 생각하고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미 고여버린 습성에서 빠져 나오기 힘듦'을 뜻한다. 자신만의 방식에 안주해서 주변 환경과 패러다임의 변화에 눈을 감고 있는 행동을 경계하는 말이다. 오랜 시간동안 익숙해져 나에게 최적화된 방식이 노하우란 이름으로 포장된 구태의연함이라면 높은 경쟁력을 기대하긴 힘들다. 때문에 항시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거다. 나이에 관계없이 평생학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새로운 희망도 보이고 꿈도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법이다.

이는 수생목(水生木)이라는 오행의 순환 원리이기도 하다. 즉, 나무(木)가 물(水)을 끌어올리고 공기중으로 순환시킴으로써 자연과 인간은 새로운 활력과 숨결을 얻게 되는 이치다.

 

사주에 수(水)기운이 많은 사람은 물이 가진 특성처럼 어디서던 잘 적응하고 스며드는 성향이 있다. 게다가 물은 한번 섞이면 서로 합쳐져 잘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뿐인가? 상대방이 어떤 모양을 가졌든 그 모양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형시키는 신묘한 능력도 갖고 있다. 마치 카멜레온이 환경에 맞춰 색깔을 바꾸듯, 물은 자유자재로 모양과 특성을 변화시키는 탁월한 적응력의 소유자다. 좋은 환경과 사람들 속에 있다면 같은 물이라도 모양이나 쓰임이 달라질 수도 있고, 삶의 형태 또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탁월한 유연성으로 융합과 창조의 주인공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지 않는 환경이나 사람, 또 자신만의 잘못된 세계 속에 깊이 빠져 부패되어가는 추한 모습도 간직하고 있으니 항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우리가 품고 있는 수(水)의 기운은 양면성을 가졌다. 다만 사람의 오행에 따라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물의 수질은 관리하는 사람의 몫이다.


당신이 품고 있는 물은 어떤 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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