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역시 기초체력, 즉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는 법이라 했던가?
‘1주 1편’의 글쓰기 목표. 비록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스펙터클 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투박한 문체와 조잡한 능력으로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만만찮은 과제였다. 게다가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튼 압박과 스트레스는 언제나 날 코너로 몰아붙여 그로기 상태로 만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상들이 연이어 멈춰 섰다.
지치기도 했고…… 날 지탱케 해주던 동기부여마저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그 결과, 2013년부터 3여 년 간 매주 회사 임직원에게 보내던 이메일 글이나 블로그 등과 같은 소통채널도 함께 닫혔다. 왠지 내 글들이 허공에다 쏟아내는 메아리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이후부터는 더 이상 의미를 두기가 쉽지 않았다.
슬럼프라 핑계 댈 수도 있다. 당연히 게으름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동안 잘 되든 안 되든 쓰기만은 멈추지를 않았는데, 한번 루틴에서 벗어나고 나니 다시 자세 잡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 것인가 보다.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거나 동기부여를 심으려 애를 써 보지만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내 글이 누군가에 어떻게 보일까를 염려하는 자기검열의 덫에 걸려버린 기분도 든다. 그렇게 한동안 지그재그식 행보가 이어졌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그대로 굳어져버릴까 두려웠다. 마침내 가벼운 몸풀기로 방향을 틀었다. ‘하루의 단상’. 제목이다. 마치 일기처럼 하루의 일상 중 한 대목을 짧게 기록하는 글. 부담 없이 최대한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힘이 들어가는 주제나 문장도 보인다는 점이다. 아직 예전 열정까지는 한참 멀었겠지만 그래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역시 글을 쓰는 근육도 지속적으로 단련을 해야 더 강해지는 법인가 보다. 많이 쓰는 사람이 잘 쓸 확률이 높은 것은 글쓰기도 기초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일 거다.
오늘 아침, 한국 야구의 여러 문제점 중 대형 투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투수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전문가로 불리는 감독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바로 ‘기초체력’이었다. 집을 짓더라도 기초가 건실해야 오래가고 층이 높아질 수 있듯, 기술을 배우기에 앞서 바탕이 되어주는 체력이 탄탄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등한시하다 보니 구위 차이가 발생하고, 심지어 부상으로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기까지 한단다. 특히 몸 전체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하체 강화를 위해 러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선수로 오랫동안 살아 남으려면 많이 뛰어야 한다는 얘기다.
'글쓰기도 역시 기초체력, 즉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많이 써다 보면 쓰레기 더미에서 아주 가끔씩 그나마 건질만한 반짝이는 글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17년을 여는 1월. 단련에 매달려야 할 게 참 많을 듯하다.